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21년 손주들(친손, 외손)

손주들의 꽃씨 채취

돌샘 2021. 10. 22. 21:15

손주들의 꽃씨 채취

(2021.10.16.)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고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집사람이 장보러 간 사이, 꽃을 살피러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나팔꽃이랑, 풍선꽃, 범부채꽃의 씨앗이 여물어 거둘 시기가 됐습니다. 꽃씨를 따려다 손주들이 오후에 놀러온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었습니다. 손주들에게 꽃씨를 따게 하면 자연학습도 되고 놀이를 겸할 수 있겠지요. 다만 춥지 않게 잠바를 챙겨오도록 연락했답니다. 준모와 지우가 웃는 얼굴로 먼저 도착했습니다. 선물을 궁금해 할 테니 준비해 둔 책부터 전달했습니다. 남매는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 들고 금방 독서에 빠져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삶아 반쯤 깐 밤과 배를 깎아놓은 상을 내왔습니다. 준모가 밤을 먹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바람에 집안에 웃음이 터져 나왔답니다.

 

소민이가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고 예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머리를 다듬는 동안 가만히 잘 있었다고 합니다. ‘뽀로로 미술놀이책을 선물로 전하자, 즐겁게 받아 탁자에 펼쳐놓고 색칠을 했습니다. 손주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제, 하늘정원에 올라가자~”는 말 한마디에 모두들 신발을 들고 앞 다투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채취할 씨앗과 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담을 종이컵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꽃씨를 많이 딴 사람은 상을 준다.”고 했더니 서로 많이 따려는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테라스 쪽부터 먼저 채취하고 앞·뒤 화단에 열린 꽃씨도 땄습니다. 소민이도 오빠, 언니가 하는 행동을 보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꽃씨 따는 작업을 마치고 거실로 내려와 채집한 씨앗을 정리했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서로 자기가 딴 씨앗이 많다며 자랑했습니다. 할머니가 상금 대신에 용돈 하라며 준모와 지우에게 만원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큰소리로 나도!”하며 할머니 앞에 나섰습니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 시선이 소민이에게 모아졌습니다. 할머니가 들고 있던 돈을 건네자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으며 받았습니다.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오빠와 언니가 받으니 자기도 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소민이 몫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난처할 뿐 했답니다. 모두들 할머니가 사다놓은 콘과 아이스바를 나누어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준모는 조부모와 함께 앉아 루미큐브게임을 벌였습니다. 게임 멤버는 준모와 조부모 그리고 고모가 참여했습니다. 아직 게임을 모르는 지우와 소민이는 소외감을 느끼는 듯 주위를 맴돌다가 훼방을 놓기도 했습니다. 지우는 누가 어떤 패를 들고 있다며 알려주고, 소민이는 엄마의 블록을 쏟아버리기도 했습니다. 게임에 몰두하여 장고하느라 한판이 제법 길게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한판의 승부가 결정되면, 다음 판은 내가 꼭 이길 거야 하고 다짐하는 듯했습니다. 첫째 판은 준모, 둘째 판은 할머니 그리고 셋째 판은 다시 준모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 사고력을 요하는 게임에서 어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오히려 앞서 나가니 대단합니다. 다만 동생과 다툴 때만은 본래의 나이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준모네가 집에 돌아간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소민이는 아빠가 마스크를 가져나오는 걸 보고, “~ 놀다 갈 거야!”하며 소리쳤습니다. 아빠가 준모네 전송 나가려는 것을 집에 가려는 준비로 착각했나 봅니다. 소민이는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만, 집에 돌아갈 시간만큼은 유독 자기가 결정하려고 나섭니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과일을 많이 먹은 탓인지, 밥은 조금만 먹고 미역국을 그릇째 들어 마셨답니다. TV ‘어린이 나라를 보면서 할애비가 손을 잡으려하자 싫은 듯 두 손을 모아 가슴으로 가져갔습니다. 혼잣말처럼 소민이는 이제 할아버지 선물 안 받을 건가?”했더니, 슬쩍 만지게 허락했답니다. 할아버지보다 선물이 좋은 모양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주말에 손주들과 하늘정원에 올라 꽃씨를 땄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소민아!

너희들이 씨 뿌리고 열심히 노력한 일들도 좋은 결실을 맺어 잘 거두어들이기 바란다.

안녕~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