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

돌샘 2023. 8. 20. 16:58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

(2023.8)

한여름에도 집에 에어컨 켜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에어컨은 한 번 켜면 계속 가동하게 되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 년이면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며칠을 빼고는 선풍기로 여름을 난다. 물론 나는 회사 근무 시간에 에어컨 아래 있지만, 집사람은 하루 종일 구경도 못한다. 올 여름도 그렇게 견디어 오다가 열대야가 심한 8월 초 금요일 저녁에 이심전심으로 에어컨을 켜려고 마음먹었다. 작심하고 에어컨을 켰지만 웬일인지 찬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점검을 받았더니 실외기가 삭아서 제대로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는 그냥 선풍기만 켜고 여름을 나야 할 모양이다. 고장 난 에어컨이라도 옆에 있으니 없는 것보다야 나은(?) 처지가 아닌가.

 

나이 지긋하게 들어서야 알게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탁족(濯足)의 진면목을 느끼게 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그늘진 숲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용문사 계곡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발견한 것이 즐거움을 누리는데 큰 몫을 했다. 에어컨마저 고장 났으니 주말에 폭염이 극성을 부릴 때면 두말없이 용문사 계곡으로 달려가 탁족으로 더위를 날리고 밤늦게야 귀가했다. 요즘 뉴스를 들으면 휴가철 피서지에서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요,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린다고 한다. 우린 요즘 바가지요금 걱정하지 않고 수시로 피서를 다녀오는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친구들과 하천에서 멱을 감던 옛일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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