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23년 하늘정원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돌샘 2023. 9. 2. 11:35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2023.4~8)

잔일거리를 마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낮 더위에 축 쳐져 있던 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잘까 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원사(?)의 순간적인 망설임이 꽃들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났다. 아파트 외등을 켜고 화분에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을 주었다. 불빛과 분사기 물줄기에 놀란 모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한낮의 더위는 가셨지만 모기들의 전방위 공격이 대단했다. 화단과 화분에 물을 듬뿍 주고 거실로 내려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늦었지만 할 일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하늘정원에 피었던 꽃들의 멋진 모습도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봄단장을 마친 후 저마다 지닌 개성대로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봄과 여름으로 구분하여 정리했다. 봄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 낸 나무들과 월동한 다년생 초화들이 먼저 꽃을 피운다. 꽃 빛깔과 향기에 겨울의 고초를 이겨 낸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하여 감동을 받는다. 하늘정원의 봄은 아파트 옥상 울타리를 붉게 물들이며 피는 덩굴 장미꽃과 함께 절정을 맞는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꽃들이 쉬이 지고나면 서운한 생각이 들지만, 그게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름철에는 식물들도 더위와 장마에 지치기 마련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껏 멋을 부리는 꽃들도 있다. 여름철 우리 집에는 능소화와 문주란 그리고 풍접초가 으뜸 꽃이다. 능소화는 선비의 절개를 닮아 시들지 않은 채 뚝뚝 떨어진다 하여 선비꽃이라고도 부른다. 바람결 나비를 닮은 풍접초는 족두리 같다 하여 족두리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접시꽃과 도라지꽃은 어릴 적 흔히 보던 꽃이지만 요즘은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야생화를 보면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도 함께 피어나는 것 같아 좋다.

 

(하늘정원의 봄)

 

 

(하늘정원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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