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망중한(忙中閑)의 즐거움

돌샘 2024. 4. 21. 12:45

망중한(忙中閑)의 즐거움

(2024.4.14.)

지난주에는 꽃모종을 사 와 화분에 심고 분갈이를 하느라 바쁘고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어제는 신록의 남산공원길 산책을 다녀왔다. 오늘은 힘든 일일랑 하지 않고 편히 쉬면서 심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 벌써 초여름이 찾아온 듯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고 덥덥한 기운마저 감돈다. 하늘정원에 올라가 파라솔을 펼치고 그 아래 앉아 싱그러운 보리수꽃 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가 있는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를 읽으며 모처럼 책 속에 빠져들었다. 딸랑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나는 보리수나무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지붕과 나뭇가지에 길게 매달린 풍경이 살랑살랑 바람결에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아래 화단에는 여러 개의 바람개비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손주들 보여 주려고 설치한 바람개비가 할애비의 심심풀이용 놀잇감이 되었나 보다.

문득 색종이와 수수깡 그리고 핀으로 만든 바람개비를 들고 골목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물질적으로는 궁핍한 시대였지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기였다. 꽃밭 그늘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독서를 하다가 풍경소리와 바람개비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옛 생각을 하는 망중한을 즐겼다. 열심히 일한 후에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를 즐기니 행복이 내 곁에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