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탄생 100일~1세

손자 보조 볼돔이

돌샘 2013. 2. 17. 19:59

할애비가 손자에게 보조 돌봄이로 인정받은 날

(2013.2.12)

설 연휴 전날 우리 도련님 준모가 조부모한테 인사차 들렀을 때 감기가 무척이나 심했고

준모 할머니도 감기몸살기가 있었지만 연휴 첫날 설을 쇠러 이른 새벽에 고향으로 출발하였고

연휴 마지막 날에도 새벽에 귀경을 하였기 때문에 건강이 호전되지 않은 상태랍니다.

오늘은 할머니 환자가 손자 환자를 돌보러 아침 일찍 준모네로 갔답니다.

할애비는 설 연휴가 끝난 날이지만 회사 단체휴무일이라 준모 건강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준모 할머니를 조금 쉬게 하려는 목적으로 오전 늦게 준모네 집에 들렀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준모야!’ 하고 부르니 준모가 할애비를 빤히 쳐다보았답니다.

외투를 벗고는 손자를 안기 전에 손을 씻고 가글을 하기 위하여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고 있는데

문이 스르르 열려 웬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준모가 문을 열고는 밖에 서서 할애비가 무엇을 하는지 유심히 쳐다보며 서있었답니다.

서둘러 가글을 마치고 입을 닦고는 서있던 준모를 안아 올리니 가만히 안겨 있었답니다.

준모를 거실에 앉히고 지난번처럼 공 던지기 놀이부터 하였더니

처음에는 할애비를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공놀이에 열중하기 시작하였답니다.

다음으로는 음악이 나오는 책을 펼치면서 놀았는데 마음에 드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준모가 서서 몸을 우쭐거리며 춤을 추기도 하였답니다.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아 목에서는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놀았답니다.

한참을 놀다가 약간 지루해하는 느낌이 들기에 혹시나 해서 ‘준모야! 과자 줄까?’했더니 식탁 있는 곳으로 걸어갔답니다.

식탁위에 있는 과자 통에서 과자를 몇 개 집어 접시에 담아주니 맛있게 먹고는 빈 접시를 자꾸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기에

과자를 몇 개 더 담아주었더니 마저 잘 먹었답니다.

책꽂이에 있던 책을 여러 권 내려놓기도 하고 이런저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텐트에 들어가서 숨바꼭질도 하다가

준모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지고 무언가 불만스러워 하는 느낌으로 주방 쪽으로 가기에

냉장고 문을 열어 유아용 요플레를 하나 꺼내들고는 ‘준모야! 이것 줄까?’하니 얼굴이 금방 환해졌답니다.

준모를 앉혀놓고 마주보면서 요플레를 떠먹이려고 하였는데 뜻밖에도 준모가 다정하게 다가와서 할애비 무릎에 앉았답니다.

무릎에 앉으니 준모의 입을 직접 보면서 먹는 속도에 맞추어 시의적절하고 정확하게 떠먹일 수가 없어 조금 난감하였답니다.

그런데 준모가 스스로 다정하게 다가와서 할애비 무릎에 앉았는데 먹이기 쉽다고 해서 따로 앉힐 수야 없었답니다.

할애비가 준모를 무릎에 앉힌 채 옆으로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돌려 준모의 입을 보면서 요플레를 먹였답니다.

다 먹이고 나니 준모가 잠이 오는 것 같아 등을 내밀면서 ‘준모야! 어부바.’했더니 곧장 할애비한테 업히기에

포대기를 싸서 업고는 상체를 규칙적으로 좌우로 살살 흔들면서 어설픈 자장가를 불러 주었더니

얼마 지니지 않아 준모 얼굴이 할애비 등에 와 살짝 닿는 느낌이 들어 잠이 든 것을 알았답니다.

지난번엔 잠이 들자 곧 바로 눕히려다 깨어난 적이 있어 이번에는 깊은 잠이 들도록 조금 더 업고 있다가

할애비가 거실에 엎드린 후 살짝 허리를 틀어 준모를 안은 후에 눕히니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잠을 잤답니다.

자고 있는 준모를 앉아서 내려 보기도 하고 옆에 같이 누워 찬찬히 살펴보기도 하였는데

감기가 심하여 숨 쉬는 소리가 간간히 거칠게 들리기도 하였답니다.

자면서 불편하여 몸을 뒤척일 때면 등이나 가슴을 살살 다독거려 주니 계속 잠을 잤는데

1시간쯤 지나서는 살짝 웃으며 잠이 깨었답니다.

일어나서 소파부근을 걷는데 잠이 들 깨었는지 약간 비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할애비가 안아주니 가만히 안겨 있었답니다.

조금 후에 준모를 할머니에게 안겨주고는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가려 하니 준모가 싫은 목소리를 내어

할애비가 다시 받아 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안긴 채 잠이 들었답니다.

준모를 눕혀 놓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니 점심 준비가 되었고 준모도 일어나 있었답니다.

식탁에 같이 앉아 점심을 먹는데 할머니가 이유식을 먹여주니 맛이 있는지 준모가 상체를 앞뒤로 우쭐거리며 좋아하기에

할애비도 준모를 따라 몸을 움직였더니 준모가 그것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웃었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공놀이며 책에서 나오는 음악듣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을 반복하다가 준모가 다시 잠이 오는 것 같아

할애비가 등을 내밀고 ‘어부바’를 했더니 스스럼없이 업혔고 얼마 후에 잠이 들었답니다.

준모를 가만히 눕혀놓고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현관을 나섰지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준모가 할애비에게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반응이나 행동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지능력과 지각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흐뭇하고 손자가 대견스러웠답니다.

오늘은 이 할애비가 보조 돌봄이로서 손자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답니다.

조만간 준모가 직접 의사표현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이 쏟아지게 될 터이니

벌써 긴장이 되면서도 그 때가 빨리 오도록 기다려진답니다.

준모야! 오늘 할애비와 다정하고 재미있게 놀았던 이야기를 너의 아빠와 고모에게는 하지 말거라.

이 할애비가 너의 아빠와 고모를 키울 시기에는 생각도 달랐고 할 일이 많아서 그러지 못했단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 샘낼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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