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탄생 100일~1세

정과 의사소통

돌샘 2013. 2. 24. 16:01

조손간의 정과 의사소통

(2013.2.18~2.20)

제1화

준모가 열흘이나 보름 정도에 한 번씩 할애비를 대면하다 보니 만나면 처음에는

조금 서먹한 느낌이 드는지 같이 놀면서도 간간히 얼굴을 빤히 쳐다보곤 한답니다.

지난주에는 양재역 부근에서 업무를 보게 되어 3일간 오후나 점심때에 시간을 내어 준모를 보러갔답니다.

첫째, 둘째 날에는 ‘준모야! 안녕’하고 인사를 한 후에 손 씻고 가글을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 서서 할애비가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특히 가글을 할 때는 소리가 나니까 신기한 듯 바라보았답니다.

그런데 셋째 날에는 인사를 하고 외투를 벗고 있으니 준모가 먼저 화장실 앞으로 가서

화장실 문을 열어주고 손을 씻을 때까지는 밖에서 쳐다보며 기다리다 가글을 할 때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할애비의 한 쪽 다리를 잡는 정감을 표현하였답니다.

할애비가 집에 오면 외투를 벗고는 손을 씻고 가글을 한 후에 안아준다는 것을 이틀 경험하고는

사흘째는 미리 문도 열어주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친근감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2화

둘째 날에는 한참을 놀다가 잠이 오는지 업히려는 의사표시로 할머니 등에 두 손을 올리기에

할애비가 등을 내밀면서 ‘준모야! 어부바.’를 반복하였더니 살짝 다가와 업히기에 포대기를 싸서 업었답니다.

잠이 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준모가 업힌 채로 발을 아래로 쭉 뻗대며

‘애~,애~’하고 싫다는 소리를 내기에 몸을 좌우로 살살 흔들며 자장가를 불러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답니다.

하는 수없이 ‘할머니가 업어야 되겠네요.’하고는 혹시나 해서 무릎에 반동을 주어 몸을 상하로 빠르고 크게 흔들어 주었더니

내 등 뒤에서 갑자기 ‘하 하 하’하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답니다.

무슨 소리인지 왜 그러는지 어리둥절하여 가만히 서있었더니 할애비가 몸을 계속 상하로 흔들라는 의사표현으로

준모가 자기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였답니다.

준모가 잠이 들 때까지 할애비가 몸을 흔드는 동작을 그치면 계속 움직이라는 지시(?)가 내려와 거역을 할 수 없었답니다.

할애비가 반복되는 동작으로 얼굴에 땀이 나는 것을 느낄 때가 되어서야

준모는 스르르 잠이 들었고 할애비는 벌서는 것을 마칠 수가 있었답니다.

 

제3화

준모와 할애비가 거실에 앉아 같이 놀다가 할애비가 ‘준모야! 빠이 빠이.’하고 손을 흔들면 준모도 다정하게 손을 흔든답니다.

그런데 할애비가 현관문 부근에 서서 ‘준모야! 빠이 빠이.’하고 손을 흔들면

잘 놀다가도 할애비한테 쫓아와 안기고는 떨어지질 않으려고 한답니다.

처음 몇 번은 준모가 할애비와 잘 놀다가 할애비가 집에 돌아가려고 하니

‘서운해서 그렇게 반응하나?’하고 단순하게 생각하였답니다.

준모는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평소에 누구에게 안겨 있기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며

아범, 어멈이 회사에 출근할 때도 할머니와 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언가 준모가 의도하는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셋째 날에는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 준모의 뜻을 확인해 보기로 하였답니다.

할애비가 현관 앞에 서서 ‘준모야! 빠이 빠이.’하고 손을 흔드니 준모가 예상대로 뛰듯이 달려와

할애비에게 손을 뻗어 꼭 안기고는 할머니가 안으려 해도 싫다는 소리를 내며 할애비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답니다.

평소에 무뚝뚝한 성격의 할애비지만 손자가 다정하게 달려와 안기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하니 그 흐뭇함이야 어디에 견줄 수가 있겠습니까?

준모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현관 안쪽 문 부근에 안고 가만히 서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준모가 문손잡이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손을 뻗으며 ‘어~,어~’하면서 의사표시를 하기 시작하였답니다.

할애비가 허리를 숙여 준모 손이 손잡이에 닫도록 해주니 준모가 손잡이를 아래로 내려 문을 열었답니다.

현관문과 안쪽 문 사이의 공간에 들어서니 찬 기운이 느껴졌지만 안고서서 준모의 다음 의도를 유심히 살폈지요.

잠시 후에는 준모가 현관문 손잡이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손을 뻗으며 ‘어~,어~’하면서 의사표시를 하였답니다.

준모의 손이 현관문 손잡이에 닿도록 문에 다가서니 위쪽의 문고리를 당겼다 놓았다 계속 반복을 하였답니다.

‘그렇구나! 준모가 할애비에게 안겨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구나!’

그렇다면 준모가 왜 할애비에게 안겨 밖으로 나가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 순간 지난 몇 달간 준모를 만났을 때 할애비가 준모에게 해준 일들이 생각났답니다.

준모가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한 후로는 할애비를 낯설어 하는 느낌이 들어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가 갈 때면 할애비가 아쉬운 마음에 항상 준모를 안고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차를 타고 출발할 때에는 ‘준모야! 빠이 빠이.’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답니다.

그 때도 집에서는 안기는 것을 싫어하였지만 준모를 안고 현관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가만히 안겨서 할애비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곤 하였답니다.

이러한 기억들이 준모의 뇌리에 남아 할애비가 현관문 부근에서 안으면 밖으로 나간다는 연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것 같아 ‘외출복을 입혀 안고 잠깐 나갔다가 올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며칠 후면 돌인데 감기 걸리면 큰일이라 참도록 하였답니다.

저녁에 아범이 퇴근을 하여 준모를 외가에 데려다 주기 위하여 외출복을 입히고는 준모의 반응을 다시 한 번 살펴보려고

할애비가 준모를 안고는 현관문과 안쪽 문 사이의 공간에 일찌감치 가만히 서있어 보았답니다.

아범이 물건을 챙기느라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었는데도 준모는 현관문을 열려는

어떤 의사표시도 하지 않고 할애비에게 가만히 안겨 있었답니다.

준모는 외출복을 입으면 외출을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문을 열어달라는 의사표시도 필요 없으며

평상시에는 안겨 있는 것이 싫어도 좋아하는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안겨서 차를 타러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도련님 준모야! 할애비가 이번에 너의 뜻을 충분히 알았고

얼마 안 있으면 포근한 봄 날씨가 될 터이니 그 때에는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아 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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