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4~5세 성장기록

할머니 댁에 피병 다녀왔어요

돌샘 2016. 3. 26. 20:08

할머니 댁에 피병(避病) 다녀왔어요

(2016.2.14.~2.17)

점심 무렵에 예상치 않았던 연락이 왔습니다.

준모가 진찰을 받으니 독감에 걸렸다고 하는데 지우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 집에서 이틀정도 지낼 예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요일에 지우 돌잔치가 예정되어 있으니 독감이 옮으면 더욱 큰일이지요.

조금 지나자 준모가 할아버지를 찾으니 가능하면 빨리 집에 오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준모가 ‘하부! 집에 빨리 와. 놀아 줘!’하였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자 뜻밖에 준모가 거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었습니다.

준모가 ‘하부! 왜 빨리 안 왔어.’하였습니다.

‘준모야! 빨리 집에 오라고 해서 하부가 회사에서 일찍 나왔어.’했더니 살짝 미소를 보내줬습니다.

이마를 짚어보니 해열제를 먹여서 그렇다며 열은 내렸습니다.

‘하부! 놀아 줘!’하며 장난을 치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라면 지금쯤 끙끙 앓고 있을 텐데 혈기왕성한 아이라 열이 조금 내리자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저녁을 먹고는 고모더러 숨바꼭질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고모와 같이 놀면서 ‘나 오늘 고모하고 같이 잘 거야.’하였습니다.

막상 잠잘 시간이 되자 안방으로 들어가 할머니와 동화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답니다.


새벽녘 잠결에 준모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안방으로 가니 준모가 열이 많이 나

할머니가 해열제를 먹이려고 깨웠지만 약을 먹지 않으려고 그런다 하였습니다.

‘준모야! 약 먹고 빨리 나아야 하부하고 재미나게 놀지.’하며 달래어 약을 먹도록 하였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준모 목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불은 꺼져있고 조용했습니다.

준모가 몸이 불편하고 열이 나니 잠꼬대를 한 모양입니다.

할애비가 이러하니 할머니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겁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근을 하려니 준모가 ‘하부! 어디가? 나하고 놀아야지!’하였습니다.

‘준모야! 하부가 회사 가서 돈을 벌어 와야 맛있는 과자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주지.’하였더니

수긍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현관을 나서며 ‘준모야! 하부 회사 다녀올게 잘 놀고 있어.’하며 손을 흔드니 준모도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여 준모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여 전화를 했더니 열이 다시 올라

해열제를 먹였는데 열이 내리니 잘 논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도 퇴근을 하자 준모가 현관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준모가 ‘하부 집에서 세 밤을 자야하는데 하루 밤을 잤다.’며 좋아했습니다.

아빠 엄마가 무척 보고 싶을 텐데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부모와 고모도 준모에게 가족 생각이 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기침은 하였지만 다행히 고열은 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일을 할 때면 ‘할머니는 왜 일만 해. 내가 도와줄게!’하며 돕는다고 나섰답니다.

몸이 불편해도 효손의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는 모양입니다.

넷째 날에는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아범도 와 있었지요.

고모의 퇴근 전에 ‘준모야! 배고프면 우리끼리 먼저 저녁을 먹자.’고 했더니

‘아니야! 고모 아직 안 왔어. 고모 오면 같이 먹을 거야.’하며 기다렸습니다.

샤브샤브와 국물에 넣은 칼국수를 제법 많이 먹었습니다.

독감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잘 먹으니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는 모양입니다.

고모에게 ‘빠이~ 빠이~’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

짐을 들어준다고 해도 자기 짐은 꼭 자기가 들겠다고 하였습니다.

차에 올라타서는 ‘하부! 안녕히 계세요. 저희들 가보겠습니다.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편에 있던 할머니가 다가오자 다시 같은 인사말을 반복하였습니다.

그 동안 조부모와 같이 지내면서 정도 들고 독감에 차도가 있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린 마음에 정말 기뻤겠지요.

준모는 장난을 치거나 짓궂은 행동을 할 때는 전형적인 개구쟁이랍니다.

자기를 좋아 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그러하지요.

그런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할 때는 정말 의젓하고 점잖은 도련님이 된답니다.


준모야! 몸이 불편할 때 병을 피하기 위해서 거처를 옮기는 것을 ‘피병(避病)’이라 하는데

이번에 할머니 집으로 피병 온 셈이구나.

사람은 아파가면서 몸도 마음도 성장한다고 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기 바란다.

안녕~ 우리 도련님...

(준모가 이번에 조부모 스마트 폰을 번갈아 가며 직접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그 중 할애비 사진을 올려 놓습니다)

























(준모가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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