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집안 스토리텔링

선영의 풍수지리

돌샘 2017. 2. 4. 14:50


선영의 풍수지리와 관련된 이야기

내 서재에는 ‘풍수지리’와 관련된 서적이 제법 많이 꽂혀있다.

중년이 된 어느 해인가 추석 성묘를 갔을 때 내가 중학생일 무렵

종조부님께서 선영의 풍수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그 내용인 즉 “이름난 지관을 초청하여 좋은 묏자리를 잡아주도록 부탁했는데

지관이 ‘부자가 되는 자리를 원합니까? 아니면 훌륭한 자손이 나는 자리를 원합니까?’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망설이지 않고 ‘훌륭한 자손들이 나는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였단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라 어느 분 산소에 관한 일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선영에는 5대 조부모님부터 모셔져 있으나 집안의 가세나 재력으로 짐작하면

고조부님 산소자리를 잡을 때 증조부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추정된다.

종조부님 8형제분(증조부님은 외동)과 그 아래 자손들을 가만히 꼽아 보니

교수, 교장, 의사, 장군, 박사들은 다수 배출되었으나 큰 부자가 된 사람은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일견 선영의 풍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 전공이 지형이나 토질, 지질과도 관련이 있으니

풍수지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관련서적을 한두 권씩 사서 읽은 것이 그 책들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조상의 묘를 좋은(?)자리로 이장한 사실이

요즘도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니 풍수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풍수지리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이론적인 측면이 있으나

이를 악용해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

사람이 사는 집터(양택)나 산소(음택)자리를 잡을 때 지형이나 토질

그리고 풍향(風), 물길(水) 등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도시계획을 실시할 때 고려하는 여러 가지 사항 중에 이러한 요소들도 포함이 된다.

집터의 경우에는 건물의 안전성, 경관, 심리적 편안함, 호우 피해방지, 햇빛, 환기, 보온 등에 영향을 미친다.

산소(음택)의 경우에도 산사태나 우수에 의한 유실이나 훼손, 침수 방지 등의 측면에서 고려하는 것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산소(음택)자리를 잘 잡아서 자손이 복을 받겠다는 생각은 본질과 다소 동떨어진 문제인 것 같다.

발복에 대한 생각은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는 논리에 의한 것인데, 설혹 기(氣)가 나온다고 해도

고압선과 각종 전자기구들에 의한 전자파 공해가 심한 요즘시대에는 도저히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조상님에 대한 효성과 자손에 대한 사랑의 표현쯤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뜬금없이 선영의 풍수지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남겨놓는 것은

‘묏자리 풍수지리’ 자체의 옳고 그름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조상님에 대한 효성과 자손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시대가 변하면 그 방법이야 바뀌겠지만 자손에 대한 간절한 사랑과 소망의 근본이야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선영에 가게 되면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성묘를 하고

주변의 산세를 한번 둘러보며 조상님의 뜻을 되새겨보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조상님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 분들의 생전 생각과 생활모습을 회상해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태도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조부모님 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