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7)

연말 고성, 속초 여행

돌샘 2018. 1. 5. 22:54

이틀간의 고성, 속초 여행(2017)

(2017.12.29.~30)

여행은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좋지만 그냥 훌쩍 떠나는 것도 묘미가 있다.

연말연시는 여행에 제격이지만 교통지옥과 숙소 난 때문에 언감생심이었다.

종무식을 하루 앞당겨 치르는 바람에 예기치 않았던 여행 기회가 찾아왔다.

평일이면 교통정체도 피할 수 있고 깨끗한 숙소도 구하기 한결 쉬울 것이다.

여행지는 동해 최북단 고성과 속초로 하고 맛 기행을 겸하되 방문 장소는 정하지 않았다.

여행을 할 때 오가면서 주변경치를 구경하려면 고속도로는 피해야한다.

평일 출근시간 무렵에 집을 나서 올림픽도로를 타고 팔당대교로 향했다.

서울에 살면서 모처럼 교통소통이 원활한 호사를 누려보았다.

팔당대교를 건너 한강의 북쪽 강변을 따라 양평방향으로 달렸다.

안개가 자욱하고 차량이 뜸하니 이른 새벽 강변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홍천에 접어드니 논밭과 산기슭에 쌓인 하얀 눈이 옛 추억처럼 정겹게 다가왔다.

자그마한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잠시 설경을 감상했다.

인제읍을 지나자 한계령과 미시령으로 가는 갈림길이 연이어 나타났다.

우리는 계속 직진하여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진부령 고갯길을 넘었다.

화진포 부근에 이르니 점심때가 되었다.

‘박포수 가든’에 들렀다. 가족여행의 추억이 깃든 막국수 전문점이다.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막국수 곱빼기와 메밀만두, 명태식혜를 주문했는데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기다리지 않아 좋았지만 붐비는 일상에 익숙하다보니 무언가 어색했다.

 

동해 민간 최북단 ‘명파’해변에 들렀다.

인기척 없는 큰 건물과 넓은 주차장만 반길 뿐 해변은 철조망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남쪽 ‘마차진’해변으로 내려가니 도로변에 통일전망대 방문객 교육장이 보였다.

해변엔 ‘고성금강산콘도’가 외롭게 우뚝 서있었다.

모래사장 출입문은 열려있었으나 해변 철조망이 여전히 눈에 거슬렸다.

멀리 남쪽 바닷가 나지막한 언덕위에 등대의 윤곽 하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대진항 등대인 모양이다.

등대를 가까이서 구경하고 북쪽 바다를 돌아보니 콘도 건물만 우뚝 섰다.

대진항에는 예전에 없던 해상공원이 축조되어 우리의 발길을 끌었다.

철제 데크와 유리바닥, 조형물,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달랑 낚시꾼 한사람만 외로웠다.

해안도로를 따라 손바닥만 한 ‘초도항’을 지나자 화진포가 나타났다.

해양박물관과 넓은 백사장 그리고 멀리 건너편 산기슭에 김일성별장이 보였다.

화진포 호수를 끼고 달리다 조그만 언덕배기를 넘고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인공 암벽등반훈련장이 보이더니 곧 거진항이 나타났다.

처음 방문하는 제법 큰 항구였지만 특별한 구경거리는 없는 듯했다.

다시 남쪽으로 나아가니 작은 어촌마을 가진항이 나왔다.

방파제 위 하얀 등대로 가는 길엔 영화 ‘군함도’를 촬영했다는 안내판이 서있었다.

큰 구조물이 없는 어촌의 작은 항구라 옛 시대를 재현하기 편리했나 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대강 정리한 후 저녁식사를 할 ‘봉포머구리 횟집’으로 향했다.

2년 전쯤 방문했던 장소로 찾아가니 다른 음식점이 입주해 있었다.

전화로 확인하여 바닷가 신축 음식점을 찾았을 때는 건물과 식당 규모에 깜짝 놀랐다.

횟집 대형 빌딩과 넓은 주차장 2개소, 건어물 판매장까지 조성되어 있었다.

단일 음식점으로는 국내에서 제일 크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려 입장했다. 물회 맛은 역시 좋았다.

오늘은 외지 관광객보다 속초 시민들이 대부분일 텐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손님들이 정말 대단하겠다.

음식 맛이 소문나자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모양이다.

 

아침은 복국으로 속을 풀고 영금정으로 향했다.

해안과 연결되는 영금정 출입 교량이 석재로 깨끗하게 신축되어 있었다.

파도는 높지 않았지만 갯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영금정에서 바다경치를 둘러보고 부근 속초등대 전망대에 올랐다.

언덕 위 등대에 오르는 길은 가팔랐으나 철제 계단이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언덕과 등대내부 계단을 오르고 올라 전망대로 나아가니 가슴이 툭 터였다.

속초해수욕장, 영금정, 동명항과 속초항, 금강대교와 설악대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옅은 안개로 설악산의 절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었다.

같은 경치를 보아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음 어딘가에 우쭐해지는 느낌이 든다.

겸손 하라는 말이 눈높이를 낮추어 보라는 의미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일기예보에 저녁부터 제법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였다.

상경하는 도중 용문사 입구 ‘촌장골’에서 점심 겸 저녁으로

오리황토구이를 먹으면 눈이 내리기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똑같은 길이지만 어제 여행을 떠날 때는 가슴 설렘이 있었다면 오늘 돌아갈 땐 포근함이 있다.

이집 오리황토구이는 별미로도 손색이 없지만 나들이를 겸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정갈하고 토속적인 반찬의 맛도 여전했다.

차량통행이 원활했으나 올림픽대로 성수대교 부근부터 지체가 발생했다.

내 몸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히 눈은 만나지 않았고 가랑비가 오는 초저녁에 귀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