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8년 이야기

아빠! 할아버지 좀 가르쳐드려요

돌샘 2018. 12. 28. 21:37

아빠! 할아버지 좀 가르쳐드려요

(2018.12.22.)

준모는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현관으로 갔지만 지우는 오늘도 자랑거리가 많은가 봅니다. 지우가 발걸음을 내딛자 신발에서 반짝반짝 영롱한 빛이 났습니다. 신발이 멋있다며 칭찬을 해주자 미소를 한껏 머금은 채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거실에서 외투를 벗자마자 빙그르 돌고 또 돌았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보세요. 예쁘죠?”하고 물었습니다. 지우가 몸을 돌려 회전을 하자 입고 있던 치마 자락이 살짝 감기며 들어올려졌습니다. “와~ 지우가 회전을 하니까 치마 자락이 예쁘게 살짝 올라가네.”하며 맞장구를 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예쁘죠? 예쁘죠?”를 반복했습니다. 지난번 하늘정원에서 즐겁게 눈 놀이하던 동영상을 보여주자 남매가 머리를 맞대며 보다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우가 짓궂게 오빠에게 눈을 먼저 뿌리는 장면이 담겨있었습니다. 준모가 ‘포켓몬카드’를 가져 나와 조손은 게임에 빠져들고, 지우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유 튜브를 틀고 ‘사랑을 했다.’ 노래를 들으며 춤동작을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약속한대로 손주들과 손을 잡고 다소 들뜬 마음으로 장난감을 사러 길을 나섰습니다.

 

지우는 장난감 가게의 소꿉놀이 장난감코너를 한 바퀴 쭉~ 훑어보고는 ‘아이스크림가게’ 세트를 사겠다고 하였습니다. 아빠가 집에 있는 장난감과 유사하니 딴 종류를 사도록 권하자 그것 아니면 사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아빠가 겨우 설득을 하여 각종 음식을 요리하는 ‘콩셰프 레스토랑’을 샀습니다. 준모는 장난감을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평소와 달리 금방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전에 ‘배틀팽이’라며 팽이 싸움을 붙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팽이가 점프 공격도 할 수 있는 한 단계 발전된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준모는 장난감을 일찍 고르고 나자 한결 여유가 생겼는지 가게에 진열된 고무공을 살짝 공중으로 차올려 바구니에 넣는 장난도 즐겼습니다. 지우는 타는 장난감이 진열된 코너로 가서 모형 자동차를 타보았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장난감 가게 옆에 자리한 관상용 수족관 코너에도 가서 여러 가지 모양의 열대어도 구경했습니다. 마트에 전시된 실내 운동기구도 타보고 견본용으로 마련된 ‘레고블록’ 놀이도 즐겼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마트가 장난감도 사고 여러 가지 구경과 놀이를 하는 놀이터가 된 셈입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장난감 포장을 풀고 기쁜 마음으로 조립에 열중하였습니다. 준모는 대부분 스스로 조립을 하며 필요한 일부분만 아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우는 조립을 아빠에게 맡겨놓고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준모의 장난감 이름은 ‘트릭필드 어택세트’라 적혀있었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장난감도 영문이름을 써야 잘 팔리는 모양입니다. 공룡팽이의 싸움을 붙일 때 가장자리에 있는 레버를 손으로 치면 바닥이 솟아올라 팽이가 점프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조손이 마주보고 앉아 공룡팽이 시합을 벌이기로 하였습니다. 공룡팽이 돌리는 방법을 예전에 알았었는데 자주하지 않으니 긴가민가하였습니다. 준모가 할애비에게 가르쳐주었지만 잘 돌리지 못하자 “아빠! 아빠~”하고 불렀습니다. 놀이 중에 아빠에게 무얼 부탁하려고 저렇게 부르나 생각했는데 “아빠! 할아버지 좀 가르쳐드려요.”했습니다. 준모가 직접 가르쳐줘도 잘 못하자 아빠가 가르쳐주면 좀 나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허허~”하고 웃으며 아범에게 배웠지만 앞으로는 할애비가 손자에게 배워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일이 생기면 누구한테든 배우겠지만 손자한테 배우면 더욱 흐뭇할 것 같습니다. 지우는 여러 사람에게 돌아가며 요리 주문을 받아 음식을 열심히 만들고 배달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고는 귤과 사과를 맛있게 먹으며 오빠와 할아버지에게도 나누어주었습니다. 지우의 요청으로 할머니가 사과를 반복해서 깎아주자 “할머니 최고! 할머니 좋아~”하며 귀여움을 부렸습니다. 손주들이 산타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으며 즐거운 연말을 보내고, 건강하고 편안한 가운데 좋은 꿈을 꾸며 새해를 맞이하길 간절히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