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8)

해넘이

돌샘 2019. 1. 4. 22:52

해넘이

(2018.12.30.)

연말이 하루 남았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이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가까운 장소를 생각해보니 작년에 가보았던 강화도 부속섬인 동검도가 먼저 떠올랐다. 미술관을 겸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고 창문의 방향과 형태가 해넘이를 관찰하고 사진을 촬영하는데 적합했던 것 같았다. 일몰시간과 교통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강화 초지대교를 넘을 무렵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여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간 강화도를 오가면서도 몰랐던 황산도 어촌전시관과 선두리 어시장에 들러 주변 바다경치와 개펄 구경을 했다. 며칠간 몰아친 한파의 영향으로 개펄에 고인 바닷물이 하얗게 얼어 색다른 정취를 연출하고 있었다. 석양이 뉘엿뉘엿하여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멀리 서쪽 섬들이 실루엣으로 보일 무렵 카페를 찾아들었다. 실내 손님은 두 팀밖에 없고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석양이 바라보이는 창가에 자리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개펄의 빛깔을 마음으로 느껴보았다. 하늘엔 작년과 달리 연한 구름이 살짝 드리웠지만 그 또한 운치를 더해주었다. 노란색을 띠우며 여유롭던 해는 서산으로 서서히 다가서자 조급해지는 듯 주위를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서쪽 하늘가에 매달린 석양은 개펄에 물수제비를 뜨듯이 번쩍하며 내게로 날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붉게 불타던 노을이 재가 되듯 검은 기운이 비치기 시작하자 해는 금방 얼굴을 숨겨버렸다. 금세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고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들어왔다. 해넘이가 끝났다는 신호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