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지우와 소민이의 주말 오후

돌샘 2019. 6. 14. 23:57

지우와 소민이의 주말 오후

(2019.6.8.)

오늘 오후 선약이 없는 가족은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소민이네가 먼저 도착했는데 머리에 예쁜 리본을 꽂고 왔습니다. 안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어린이용 쿠션에 올려 거실에 눕혀놓아도 잘 놀았습니다. 손을 발아래 받쳐주며 ‘힘 줘!’하며 응원을 보내면 발을 뻗어 그 반동으로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아빠, 엄마는 모처럼 영화를 보러간다기에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소민이는 처음에 내하고 잘 놀아, 할머니는 부엌에서 다른 일을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삼십 분 정도 지나자 소민이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안아서 다독거리며 달래보았지만 울음소리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할머니도 합심하여 안고 달래다가 업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우유를 타서 먹여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지러지는 듯한 울음소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까지 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잘 놀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으니... 준모가 어릴 때 가족들 모두 장보러가고 고모와 내가 돌보다 심하게 울어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소민이가 2주 전에 왔을 때 예전보다 크게 울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면, 얼굴을 가리기 시작하는 것인가? 좌우간 아빠, 엄마가 돌아와야 해결될 것 같으니 영화 보는 것은 그 다음 일이겠지요.

 

준모와 새아기는 선약이 있어, 아범이 지우와 함께 올 예정인데 지우가 낮잠이 든 모양입니다. 잠이 깨면 출발하려했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아, 자는 아이를 안고 오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지우 앞에 양팔을 내밀었더니 팔짝 뛰어 안겼습니다. 지우는 오늘도 소민이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습니다. 소민이가 흘린 침도 닦아주고 우유도 자기가 먹이겠다고 나섰습니다. 소민이 옆에서 한참 머물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활짝 핀 꽃들을 보고 만지며 놀다가 물 분사기를 가지고 놀도록 수도꼭지를 틀어 달라고 했습니다. 짐짓 “지우야! 수도꼭지는 나에게 애교를 잘 부려야 틀어줄 수 있는데...”했더니 할애비에게 서슴없이 갖가지 애교스런 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분사기로 물확에 물을 채우고는 꽃잎을 띄우더니 플라스틱 그릇에는 물을 담아 골프공을 띄우는 놀이를 했습니다. 고모부와 장독대 위에 플라스틱 그릇을 올려놓고 분사기로 물을 날려서 담는 놀이도 했습니다. 거실에 내려와서는 아빠에게 목말을 태워 달라하여 깔깔거리며 타고는 소민이 곁에 맴돌았습니다.

 

거실에 상을 펴고 어제 강릉에서 포장해 온 ‘대구 볼찜’과 파전을 올려놓으니 제법 푸짐해 보였습니다. 지우에게는 맵지 않은 음식을 주었지만 식사는 별 생각이 없고 소민이와 TV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른들은 모처럼 먹는 별미라 맛있게 먹었지만 지우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우는 소민이 곁에서 놀다가 엄마와 오빠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오빠의 강낭콩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민이네도 곧 출발을 하였고 모두들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