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서점에서 만난 손주들

돌샘 2019. 10. 5. 20:52

서점에서 만난 손주들

(2019.9.29.)

지난번에 준모와 약속한대로 신세계 지하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갔습니다. 서점이 넓어 손주들이 어디에 있나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멀리 지우가 살짝 보이더니 준모 모습도 보였습니다. 손주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준모가 책을 고르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모니터 화면으로 사고 싶은 책을 지정하자, 책이 진열된 서가의 번호와 위치가 표시된 인쇄물이 출력되었습니다. 할애비는 처음 보는 정보화 장비인데 준모가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아빠와 예전에도 서점에 들러 책을 찾는 편리한 방법을 익힌 모양입니다. 지우는 동화책을 서가에서 골라 아빠에게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점 한편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고,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준모는 ‘내일은 로봇왕, 발명왕, 실험왕’같은 종류의 초등 과학서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나 로봇 같은 장난감을 잘 조립하더니, 과학 실험이나 장비조립에 흥미가 있나 봅니다. 준모와 지우는 각자가 원하는 책을 골라 사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머니집에 도착했습니다. 준모는 포장지를 뜯어 설명서를 읽어보고 조립과 실험을 하느라 거실은 온통 어질러 놓았습니다. 지우는 책보다 지난번에 산 어린이용 컴퓨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모가족이 도착하자 준모는 고모부의 도움을 받으며 과학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저녁때가 되니 시장기가 느껴졌습니다. 거실에 상을 펴고 할머니가 준비한 김밥과 오뎅국 그리고 통닭을 올려놓고 모두들 둘러앉았습니다. 상을 차리는 도중에 준모와 지우는 배가 고프다며 김밥을 먼저 먹으려고 나섰습니다. 지우는 아직 어리니 먼저 먹는 것을 허용하고 준모는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기다리도록 했습니다. 대신, 지우는 어리니까 평소에 오빠 말을 잘 들어야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지우는 “예”하며 대답을 했고, 준모는 동생과 같이 먹고 싶었지만 잘 참아내었습니다. 김밥을 먹는 도중에 지우는 주방에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척~ 내밀며 “할머니는 최고 요리사야~”하며 추겨 세웠다고 합니다. 준모는 김밥을 조금 먹은 후에 통닭, 그중에서도 닭다리를 골라 먹었습니다. 소민이는 거실 창가 쪽에 보료를 펴고 그 위에서 놀도록 했는데,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먹고 싶은지 앞으로 기어 나오곤 했습니다. 이제 기어 다니는 속도가 제법 빨라져 소민이를 돌보다가 한눈을 팔면 큰일 나겠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지우는 요술지팡이를 들고 하늘정원에 나가 바람을 쐬었고, 준모는 설명서 읽고 과학기구를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장을 보러 갈 때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할머니와 아범만 동행하고 소민이네는 살 물건의 메모만 건네주도록 했습니다. 집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준모를 중심으로 모여 ‘루미큐브’게임을 진행하느라 조용했는데, 간간이 소민이가 내는 소리와 어르는 소리가 오갔습니다. 소민이는 오늘 할애비가 일정하게 떨어져서 소리와 표정으로 어를 때는 웃기도 했지만, 안으면 곧바로 울어 제대로 안아주지는 못했습니다. 할머니도 장을 보고 돌아와 ‘루미큐브’게임에 합류를 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승부욕은 할머니와 준모가 강한 편인데 오늘은 결과도 마음가짐을 반영하듯 할머니와 손자가 한번 씩 승리를 했답니다. 오후 늦게 만났으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갈 일을 생각해 아쉽지만 헤어져야 했습니다.

 

준모가 어릴 땐 완구점에서 장난감을 사 달라더니, 자라서는 문구류를 사 달라했고 오늘은 서점에서 책을 샀습니다. 세월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오나 봅니다. 올가을엔 할애비도 손자처럼 책을 가까이 하며 보람된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지우와 소민이도 오빠처럼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어린이로 잘 자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