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하늘정원 가든파티

돌샘 2019. 6. 28. 21:40

하늘정원 가든파티

(2019.6.22.)

오늘은 거실이 아닌 하늘정원 인조 잔디 바닥을 진공청소기로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해질녘 하늘정원에서 모처럼 가족 가든파티(?)를 열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준모네 가족부터 먼저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나가 손주들 인사를 받고 지우를 안아 들자 준모는 현관을 들어와 할머니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어릴 때 가르쳐준 인사방법 그대로 자세를 잘 갖추고 절도 있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거실에 들어온 준모와 지우는 앞다투어 하늘정원으로 몰려나갔습니다. 테이블 둘레에 못 보던 의자가 더 놓여있고, 한쪽에는 돗자리 위에 상이 놓여있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남매는 물장난을 하려고 뛰어 올라왔으니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녁에 가족이 모여 물놀이보다 재미나는 가든파티를 할 것이라고 얘기하자 은근히 기대가 되는 모양입니다. 남매는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 위에 올라가 건너뛰는 장난을 하며 놀았습니다. 거실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소민이네가 도착한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소민이를 반갑게 맞이하며 안자, 울음을 터뜨려 달래느라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소민이가 자기 집에서는 할머니와 단둘이서도 잘 지낸다는데... 장소가 다르니 얼굴도 낯설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준모와 지우도 소민이 곁에 몰려가 반갑게 맞으며 손도 잡았습니다.

 

함께 모인 김에 마트에 장보러갈 사람은 장보러 가고, 우리 조손은 하늘정원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준모가 가져온 금전등록기 장난감을 상 위에 올려놓고 둘러앉아 가게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지우도 곁에 앉아서 놀이하는 방법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기회를 잡아 가담했습니다. 준모가 준비한 물건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하여 돈을 지불할 때는 글쓰기 공부를 시킬 겸, 영수증에다 한글과 아라비아숫자의 금액, 판 사람의 이름 등을 예쁘게 쓰도록 하였습니다. 거스름돈도 계산하도록 시켰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더욱 발전한 듯 안정적으로 셈을 해내었습니다. 오늘은 공기가 무척 깨끗하여 소민이도 아빠에게 안겨 정원 나들이를 했습니다. 소민이는 요즘 장소와 사람 얼굴 등에 대한 인지능력이 한 단계 발전하며 정신적인 성장통인 낯가림을 겪나봅니다. 한창 예쁜 짓 많이 할 시기라 낯가림을 덜해야 귀여움 많이 받을 텐데... 마트에 장보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막간을 이용해 거실에서는 ‘루미규브’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준모와 할애비 그리고 아범과 고모가 참여하여 경쟁했는데 음식준비가 완료되자 서둘러 마쳐야했습니다. 식탁에 준비해 둔 요리기구와 각종 그릇, 고기와 음식들을 하늘정원으로 날랐습니다. 준모도 의젓한 일꾼의 한사람으로 자진 참여해 부지런히 옥상을 오가며 한몫을 해내었습니다. 테이블과 상 위에서 각각 고기를 굽기 시작했는데 상은 아범, 테이블은 전서방이 맡았습니다. 내가 준모와 지우와 함께 상에 앉아 고기 굽는 일을 맡으려고 계획했는데... 예전에 음식점에서 가족이 식사를 할 때 아범과 전서방 그리고 할머니가 고기를 굽자, 지우가 할머니는 여잔데 왜 고기를 굽느냐고 내가 듣도록 얘기를 했지요. 이번 기회에 손녀 앞에서 할애비가 고기를 구워 점수를 좀 따려고 마음먹었었는데...

 

할머니는 소민이를 맡아 재우려 했지만 쉽게 잠들지 않아 옥상에 올라오지도 못한 채 가든파티는 시작되었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음식을 먹는 중간에도 소민이를 보러간다며 부지런히 거실로 오르내렸습니다. 소민이가 잠들자 살짝 눕혀놓고 할머니도 하늘정원에 올라와 야외파티에 동참을 했습니다. 석양이 ‘서리풀공원’ 등성이로 다가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무렵 시작한 파티는 서산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지고 땅거미가 깔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공기가 깨끗하니 시야가 좋고 하늘과 산이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툭 트인 곳에서 활짝 핀 꽃들을 벗삼아 고기를 구워 먹으니 식욕도 당겼습니다. 도심 속에서 온가족이 함께하는 가든파티에 모두들 흡족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땅거미가 내린 후 된장찌개로 식사하는 것을 끝으로 야외모임을 끝내고 후식인 과일은 거실에 내려가 먹었습니다. 이제는 합심하여 조리기구와 그릇 그리고 남은 음식들을 나누어 들고 아래층 부엌으로 옮겼습니다. 나는 정원에 남아 상과 돗자리를 정리한 후 의자를 실내로 옮기면서 아범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내가 의자를 실내에 정리하고 있을 때 준모도 참여하여 의자를 방으로 날랐다고 합니다. 어른들 손이 많아 준모는 거들지 않아도 괜찮은데, 음식재료를 나를 때는 물론이고 마무리 정리를 할 때까지 나서서 일을 했습니다. 준모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고 직접 나서서 거들곤 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와 부지런함은 자라면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정리가 대강 끝나자 준모네와 소민이네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소민이네가 들릴 곳이 있어 나갈 때 준모네도 같이 나가려고 하나봅니다. 내가 소민이를 안고 온 가족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할머니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우를 안아주자, 지우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역시, 할머니가 최고야!”하며 좋아했습니다. 내가 소민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지우도 누구에게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지우의 솔직하면서도 톡톡 튀는 듯한 언행이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준모야! 자진해서 일도 잘 거들고 매사에 의젓하게 행동하니 정말 듬직한 도련님답구나. 평소 학교에서도 솔선수범한다니 친구들에게 믿음을 주고 선생님의 총애도 받을 거야.

우리 도련님! 사랑해요~ 친구들 본보기가 되는 의젓한 청소년으로 자라세요.

 

지우야! 소민이도 많이 사랑해주고 오빠와 잘 노니 더욱 예쁘구나. 총명한 기질에 착한 마음씨까지 갖추었으니 많은 사랑을 받을 거야.

우리 변지우씨! 사랑해요~ 또 만나요~

 

소민아! 할애비에게 안겨 입은 삐쭉였지만 울지 않고 잘 참았으니 착하구나. 낯가리기를 수월하게 잘 넘겨 많은 분들의 사랑 받으세요.

우리 공주님! 사랑해요~ 건강하게 잘 자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