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용문사 유원지와 황토오리찜(할머니 생신)

돌샘 2019. 8. 30. 21:29

용문사 유원지와 황토오리찜(할머니 생신)

(2019.8.24.)

집사람 생일날 용문사 유원지에 모여 놀다가 저녁에는 모두들 좋아하는 황토오리찜을 먹기로 했습니다. 용문사 진입로에 들어설 즈음 준모네는 이미 주차장에 도착했고 소민이네는 조금 뒤쳐졌지만 서둘지 말도록 당부했습니다. 준모와 지우를 만나 용문사 경내로 들어서며 장난감 비행기도 날리고 술래잡기 모형과 포즈를 잡으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하천을 건너 나무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준모와 나는 넓은 잔디밭에서 공차기를 했습니다. 준모는 공을 찰 때 정확도가 많이 향상되었고 헤딩 연습도 즐겨했습니다. 날씨가 흐렸지만 공을 차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온몸은 금방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잠시 쉬는 동안 하천에서 땀을 씻기로 했습니다. 물이 얕게 흐르는 하천바닥 바위를 밟는 순간, ‘미끈’하며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준모는 넘어진 나를 보고 멈칫 놀랐다가 깔깔 웃었는데 곧 덩달아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얼떨떨한 상태로 일어나보니 조손의 옷은 젖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준모는 가족들 앞에서 “할아버지가 물가에서 ‘꽈당’하고 넘어졌는데 자기도 따라 넘어졌다.”며 영웅담이라도 되는 양 큰소리로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소민이가 유모차를 타고 나타나 모두의 귀여움을 받았는데 주변이 낯선지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할머니와 소민이네 식구는 용문사로 산책을 나섰고, 지우도 같이 간다며 따라 나섰지만 곧 되돌아왔습니다. 지우는 오빠가 아빠하고 공차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공을 차겠다며 나섰습니다. 오빠가 할아버지와 아빠를 상대로 공차는 모습이 좋아 보이나 봅니다. 공이 생각대로 잘 차지지는 않았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을 차보았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잔디밭에서 아빠가 잡아온 메뚜기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준모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 중에서 자기학교 교목인 은행나무를 찾고 나뭇잎의 생김새도 익혔습니다. 용문사로 산책 갔던 일행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세찬 소나기로 변했습니다. 돗자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색다른 방법으로 비를 피하며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조금 약해지는가 싶더니 금방 그쳤습니다. 생일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살 때 준모가 할머니 생신이라며 ‘귀한 돈’ 오천 원을 부담하여 감탄을 자아내었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조리된 황토오리찜이 상 위에 차려지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관심이 덜했던 지우도 올해는 잘 먹었습니다. 소민이는 한쪽에 마련된 요 위에 엎드려서 어른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쳐다보며 잘 놀았습니다. 식사를 먼저 마친 내가 소민이를 일으켜 세워 안자 아빠, 엄마 쪽을 바라보다가 때로는 내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거울 앞으로 가서 두 사람 얼굴을 비추어 보이게 하자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식탁에 올려놓고 촛불을 켠 후에 손주들이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습니다. 지우는 할머니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하고 아이스크림을 나눌 땐, 할머니 생신이라며 자기 몫의 일부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생일날 손주들의 정성어린 선물과 사랑을 받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중, 지우가 누구의 ‘아이디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습니다. 다섯 살배기가 ‘아이디어’라는 단어 뜻을 제대로 알기나 할까 싶어, “지우야! 아이디어가 뭐지?”하고 물었더니 망설이지 않고 “생각해 내는 것 요.”하며 즉답을 했습니다. 또한 이야기 중에 할머니가 “우리 지우 참 똑똑하구나!”하자 “할머니가 더 똑똑해요~”하며 겸손을 차리기도 했답니다.

 

용문사를 출발해 각자가 선택한 노선을 따라 집으로 향했는데 차량 3대가 거의 같은 시간대에 도착했습니다. 준모는 예상대로 ‘루미큐브’블록을 가져나왔고 가족전체 ‘왕중왕(?)’을 가리듯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준모는 고정으로 참여하고 어른들은 부부간 멤버 교체를 하며 게임을 펼쳤습니다. 나는 게임을 한판하고 물러나 소민이를 안아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민이는 기분이 괜찮은지 가만히 안겨 있다가 나중에는 졸리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밤이 서서히 깊어가자 모두들 피곤한 모습이었습니다. 장거리 운전도 했고 공차기와 야외놀이를 했으니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겠지요. 준모의 허락(?)을 받아 게임을 마치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습니다. 지우는 아까 음식점에서부터 내가 소민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곤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샘이 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우를 향해 양팔을 벌리며 “지우야! 이리와~”했더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찰싹 달아 붙듯 안겨왔습니다. 오늘은 집사람 생일을 기념해 준모와 지우 그리고 소민이를 비롯한 직계비속이 모두 모여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계절이 곧 가을로 접어들 테니 모두들 건강하고 열심히 노력한 대로 풍요로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해봅니다.

 

(용문사 유원지)

 

 

 

 

 

 

 

 

 

 

 

 

 

 

 

 

 

 

 

 

 

 

 

 

 

 

 

 

 

 

 

 

 

 

 

 

 

 

 

 

 

 

 

 

 

 

 

(잔디밭 공차기)

 

 

 

 

 

 

 

 

 

 

 

 

 

 

 

 

 

 

 

 

 

(할머니 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