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과 조손간 소통

돌샘 2019. 11. 22. 22:32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과 조손간 소통

(2019.11.16.)

오늘 저녁에는 온 가족이 집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 편하긴 한데, 가족 간에 정담을 나누는 장소론 미흡했습니다. 할머니가 음식을 준비하려면 힘은 들지만 손주들이 맛있게 먹으면 보람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소민이가 아빠와 함께 먼저 도착했습니다. 엄마는 파마하러 집에서 먼저 출발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소민이는 보료 위에 앉아 오늘도 할애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마주보고 놀기 시작하여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안아주려고 하면 싫다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엄마가 도착하여 소파 위에 올려주자 등받이를 잡고 놀다가 ‘치발기’를 빨기도 했습니다. 소민이가 다른 곳에 시선을 두는 사이 얼른 안으면, 느낌이 다른지 얼굴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소민이가 고개를 돌리면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천정을 쳐다보았지요.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자 할애비가 얼굴을 마주보고 안아주어도 가만히 잘 안겨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안길 때 살짝 싫은 기색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편안한 표정을 되찾았습니다. 안고 일어서 이리저리 움직여주니 기분이 괜찮은 모양입니다. 얼굴을 가리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할애비 품에 안겨 장시간 있었나 봅니다.

 

준모와 지우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준모는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지우는 목도리가 붙은 토끼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왔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소민이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습니다. 소민이가 얼마나 컸고 어떤 행동을 할 지 궁금한 듯 옆에 앉아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소민이도 오빠와 언니를 대하니 어른들을 대할 때와 느낌이 다른 듯 이리저리 고개를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음식준비가 끝나갈 무렵, 모두들 한자리에 편히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거실 한가운데 상을 폈습니다. 할머니가 어제부터 준비한 주 메뉴 ‘돼지감자탕’을 비롯하여 파전과 치킨이 상위에 차려졌습니다. 준모는 내 옆에, 지우는 맞은편에 앉아 어른들이 모두 앉을 때가지 기다렸다가 함께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소민이는 부득이 보료 위에서 음식 먹는 모습을 쳐다만 봐야 했습니다. 준모는 감자탕은 물론이고 파전과 치킨도 맛있게 골고루 잘 먹었습니다. 지우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음식보다 놀이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별미로 준비한 감자탕과 파전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본인이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흐뭇한 모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강 정리를 한 후에 각 집안대표 세 사람은 마트에 장보러 가고 그 외는 손주들과 놀기로 했습니다.

 

준모는 고모부 도움으로 컴퓨터 방에서 게임과 자판 익히기 연습을 하고, 지우는 장난감 자동차 지붕을 타고 놀았습니다. 소민이는 아빠에게 안겨 있다가 할아버지와 외숙모가 번갈아 안아주자 가만히 잘 있었습니다. 볼에 붉은 발진(자기 침에 의한)이 조금 났지만 컨디션은 좋은 모양입니다. 이제 9개월을 넘어섰으니 낯선 사람들 중에서 안면이 조금 있는 얼굴을 구별할 수도 있겠지요. 장보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잠시 집안이 왁자지껄해졌습니다. 준모는 ‘한일간 야구시합’ TV 중계방송을 틀어놓고 나더러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방송을 같이 보면서 야구관련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게임룰’을 상당 수준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는 게임룰을 알아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응원하는 팀이 있으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가 있지요. 조손이 나란히 앉아 야구중계를 지켜보면서 환호와 아쉬움을 함께할 수 있으니 정말 흐뭇했습니다. 식사 후에 장을 보고 왔으니 금방 밤이 깊었습니다. 지우는 고모와 더 놀고 싶어 아쉬워했습니다. 고모가 동화책 읽기와 고양이놀이를 마음에 들게 잘해준 모양입니다. 모두들 짐을 챙겨 함께 밖으로 나와 거리가 먼 소민이네부터 출발하고 준모네도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차안에서 큰소리로 조부모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소민이도 인사를 하려면 2~3년은 지나야 되겠지요...

 

모두들 배웅을 하고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하늘정원에서 화분 월동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니 서둘러 준비를 해야 제때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창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문을 열고 나와 지우 전화라며 바꾸어주었습니다. ‘할아버지!’하며 부르고는 귀여운 목소리로 하고 싶은 얘기를 조리 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희미한 불빛아래 앉으니 방금 얘기를 나눈 지우는 물론이고, 야구중계를 함께 보았던 준모와 모처럼 잘 안겨있던 소민이가 번갈아 생각났습니다. 할애비의 행복은 손주들과 함께 소통하며 정감을 나눌 때 마음에 찾아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