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가을 가족모임

돌샘 2019. 11. 2. 12:59

가을 가족모임

(2019.10.27.)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지만 도회지 생활을 하다보면 들녘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옷차림을 보고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신, 가을에 가족모임을 가지면 반가운 손주들의 얼굴을 보며 또 다른 결실(?)의 기쁨을 누리게 된답니다. 소민이는 점심 무렵에 도착하여 보료에 올려놓자 엎드려서 할애비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잠깐 시선을 딴 곳에 돌렸다가도 금방 할애비 얼굴로 되돌아왔습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작은 탄력공 2개를 거실 바닥에 이리저리 굴리자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한참 지켜보다가 공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기어와 조심스럽게 만져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입에 넣으려는 것을 만류했더니 할애비 간섭이 싫은 양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빠가 간신히 달래고 엄마가 유아용 과자를 가져와 먹이자 평상심을 되찾았습니다. 내가 과자를 건네받아 잘게 쪼개어 입에 넣어주니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받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거실의 높은 천장이 낯선 듯 놀다가도 틈만 나면 고개를 젖히고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소민이는 올 이른 봄에 태어나 많은 변화를 보이며 어느덧 월령 8개월을 넘어섰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각자 소지품이 든 배낭을 하나씩 메고 환한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지우는 배낭에 든 장난감을 바닥에 쏟아놓고 하나씩 번갈아가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준모는 옆방에서 ‘할로윈데이’용 ‘스파이드맨’ 복장으로 갈아입고 변신하여 나타나 가족들의 탄사를 받았습니다. 준모네 가족이 식전이라는 전갈을 받고 할머니가 급히 준비한 음식이 차려지자 요기부터 했습니다. 준모는 맛있게 먹었지만 지우는 식사보다 소민이와 놀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준모가 ‘루미큐브’블록을 가져와 바닥에 깔자 ‘좌르르~’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소민이는 여러 개의 블록 모양과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자기가 가지고 놀 장난감인양 기어왔습니다. ‘루미큐브’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게임을 벌렸는데 준모가 첫판부터 손쉽게 이겨 기염을 올렸습니다. 지우는 고모와 동화책 읽다가 2층에 올라가 장난감 자동차도 탔습니다. 요술지팡이에 의해 고양이로 변신되었다며 엎드려 고양이 흉내를 내는 역할놀이도 했습니다. 준모는 자기가 직접 그렸다며 컴퓨터 자판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요즘 주요 관심사항인 모양입니다. 고모부가 컴퓨터화면에 나타나는 동물과 물건 이름을 타이핑하여 맞히면 점수가 올라가는 놀이프로그램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준모는 신기한 듯 컴퓨터놀이에 몰입하여 한참동안 자판을 두드리며 놀았습니다. 초심자가 자판을 익히고 타이핑 연습을 하는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준모는 고모부, 지우는 고모와 쿵짝이 잘 맞는 듯 옆에 들어붙어 배우며 놀았습니다. 소민이는 보료 위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받으며 놀았으나 아직은 엄마 아빠의 손길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좀 더 자라서 말귀를 이해하는 수준이 되면 지우가 잘 데리고 놀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장충동에 있는 족발 전문점으로 가서 별미로 족발을 먹기로 했습니다. 준모가 우연한 기회에 족발을 먹어보고는 맛있어하여 올봄에도 조부모와 준모네 가족은 한번 갔던 곳이지요. 그 땐 마루에 방석을 깔고 앉는 좌식이었는데 의자에 앉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로 ‘전서방’이 잠든 소민이를 안고 음식을 먹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준모는 음식점에서 우연히 가족과 같이 온 같은 학급 친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지자 모두들 음식 감별사가 된 모습으로 족발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운전과 건강을 고려해 술을 마시지 않으니 오고갈 긴 이야기도 사라진 듯했습니다. 가족들은 지루하지 않아 좋았겠지만, 나는 가족식사에 무언가 빠진 듯 허전(?)했습니다. 오늘은 지우도 예상외로 족발을 맛있게 먹어 가족 모두의 입맛에 잘 맞는 듯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오순도순 나누어 먹는 것도 생활의 큰 즐거움중 하나이지요. 어느새 가을밤이 깊어가 내일을 위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