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19년 손주들(친손, 외손)

연말 손주들과의 만남

돌샘 2019. 12. 28. 11:13

연말 손주들과의 만남

(2019.12.22.)

어린 시절엔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제는 손주들과 만나는 날이 설렘 속에 기다려집니다. 오늘은 동지. 내일부터는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좋은 절기입니다. 준모와 지우가 엘리베이터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준모는 장난감 야구배트와 공을 꺼내놓으며 야구를 하자 했고, 지우는 머리띠와 목베개, 머리핀 등 소품들을 잔뜩 펼쳐놓았습니다. 준모가 원하는 대로 거실에서 야구놀이를 하려니 아랫집 소음이 염려되고, 밖에 나가서 하려고하니 준모 감기가 걱정되었습니다. 준모와 야구놀이 할 만한 곳을 찾아 2층 컴퓨터방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방에 월동용 화분까지 들여다 놓았으니 배트로 공을 치고받을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준모는 책상 의자에 앉고 나는 대각선방향 소파에 앉아 공을 던지고 받는 놀이를 했습니다. 지우는 곁에서 공놀이를 지켜보며 같이 하려다가 포기를 하고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놀았습니다. 연말에 손주들 주려고 사놓은 선물 생각이 나서 얘기를 해주었더니, 준모와 지우 모두 좋아하며 거실로 내려갔습니다. 준모는 스케이트를 탈 때 입는 방수용 바지, 지우는 털장갑과 목도리를 준비했습니다. 손주들이 착한 일을 하면 산타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선물을 준다며 차례로 전했습니다. 포장을 풀어보더니 각자가 원하던 물건이라 싱글벙글하며 좋아했습니다.

 

소민이네 가족도 도로정체가 심했지만 심부름까지 하며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소민이는 사촌 오빠와 언니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어리둥절 하는 듯했는데, 곧 잘 적응을 했습니다. 할애비에게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지만 별반 낯을 가리지 않고 선뜻 안겼습니다. 연말선물로 받은 ‘걸음마’신발을 들고 오빠, 언니와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지우는 소민이를 귀여워하며 곁에 있더니 어느새 탁자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소민이에게 집중되자 서운한 듯 “모두 소민이만 좋아하고! 나는 부르지도 않네~”하며 뾰로통해졌습니다.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하고 “지우야! 우리 모두 지우도 좋아하지만 소민이가 어리니까 그렇게 하는 거야~”했더니 서운했던 감정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우 스스로도 평소 많은 분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우는 그림을 그린 후에 ‘크리스마스’, ‘지구를 지키는 가족’, ‘엄마 아빠 모두 사랑해요’, ‘사랑해’, ‘선물’이라는 글씨도 썼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글씨도 잘 썼다며 칭찬을 하고, 조부모가 항상 열고 닫는 냉장고 앞면에 예쁘게 붙여 놓았습니다.

 

할머니의 저녁준비가 끝나자, 거실에 상을 펴고 여러 사람이 날라 금방 상이 차려졌습니다. 준모도 자발적으로 음식을 날랐답니다. 오늘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온 ‘대방어회’가 별미로 상에 올랐습니다. 준모도 회를 먹고 싶어 했지만 아범이 더 커면 먹도록 만류를 했습니다. 할애비는 손자가 회를 먹어보고 싶다기에 겨울철이라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범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었지요. 식사 후 준모는 고모부의 도움으로 컴퓨터 방에서 자판 익히는 놀이를 했고, 지우는 소민이와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놀았습니다. 소민이도 언니와 함께하는 자동차 놀이가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모두들 거실로 내려오자 ‘루미큐브’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준모는 핵심멤버로 계속 참가하고, 나머지 멤버는 부부가 한 사람씩 교대로 참여했습니다. 오늘 게임에서는 조손이 번갈아가며 승리를 챙겼답니다. 게임이 끝나자 전서방과 아범은 화장대 밑 부분에 나사못을 박는 목공일을 도와 수리를 했습니다. 동짓날 기나긴 밤이지만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이라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했습니다. 준모와 지우 그리고 소민이. 할애비는 보물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소민아! 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