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9)

서울대공원 단풍놀이와 옛 생각

돌샘 2019. 11. 15. 21:17

서울대공원 단풍놀이와 옛 생각

(2019.11.9.)

서울지역 단풍이 절정기를 맞고 있다하니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서울근교에도 단풍놀이를 할 만한 장소가 많으니 방법부터 생각해 보았다. 산길과 계곡을 지나는 등산을 할 것이냐, 숲속 산책을 즐길 것이냐, 드라이브를 하며 ‘주마간산’식으로 구경할 것이냐... 나이도 어느덧 가을쯤(?) 되었으니 체력을 감안해 숲속을 걷는 단풍놀이를 선택했다. 장소는 접근 편의성, 지인들의 경험담 등을 감안해 서울대공원 숲으로 정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사당역에서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타니 4번째 정류장이 대공원역이었다. 역 출구를 빠져나오자 멀리 화단이 끝나는 곳에 큰 건물이 보였는데, 공원입구인 듯했다. 대공원을 찾은 지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주변시설이며 이용방법이 낯설고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매표소 창가에 붙어있는 안내문과 단풍놀이의 편의성을 고려해 ‘패키지’입장권을 끊었다. 먼저 코끼리열차를 타고 동물원 입구로 가서, ‘리프트’를 갈아타고 동물원 정상부에 내려 입구로 되돌아 나오면서 단풍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코끼리열차를 타는 곳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많다보니 곧 차례가 돌아왔다. 차가 출발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 저수지를 지나는가 싶었는데 금방 동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리프트 환승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울랜드 방향 가로수가 유독 선명하게 단풍이 든 채 줄지어 서있었다. 유모차에 탄 어린이를 동반한 부부, 3대가 함께한 가족, 연인들, 친구들... 인원구성은 다양했지만 얼굴들은 한결 밝아 보였다.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울긋불긋 단풍이 든 숲을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면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단풍놀이를 즐기는 셈이다. 리프트를 타는 거리가 상당하여 식물원을 지나고 사자와 원숭이 축사도 내려다보였다. 멀리 청계산 봉우리에서 단풍이 불붙어 산등성이를 타고 기슭으로 향해 세차게 내려오는 기세였다. 단풍을 감상하며 숲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축사가 보이면 잠깐씩 들러 동물구경도 했다. 표범, 호랑이, 늑대, 곰 등 맹수 축사를 지나 계곡 주변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계곡엔 붉은색과 노란색, 갈색의 단풍잎이 푸른색과 적절히 배합되어 다양한 볼거리와 느낌을 연출했다. 저수지 입구에 이르자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하얀 억새꽃이 핀 저수지 둑길을 가로질러 걸었다. 저 멀리 공중에는 리프트가 점점이 매달려 있었고 청계산 위로 하얀 달이 떠올랐다.

 

저수지 수면의 어스름 속에 옛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서울대공원 기초지반조사를 하던 1978년도에 이곳 현장을 몇 번 찾았다. 과천지역이 시흥군에 속하던 시기로 시외버스를 타고 남태령 고개를 넘어야했다. 마을에서 저수지 입구까지는 자가용 영업차량이 오갔다. 마을을 벗어나 벌판에 난 자갈길을 힘차게 달리면 뿌옇게 먼지가 일어나곤 했다. 저수지 상류 쪽엔 판자집 몇 채와 구멍가게가 있었고 동네 아이들이 뛰놀았다. 41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변은 상전벽해를 넘어 천지개벽이 되었고, 그 젊었던 기술자는 할아버지가 되어 단풍놀이를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