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0년 이야기

조손의 카드놀이

돌샘 2020. 9. 4. 21:31

조손의 카드놀이

(2020.8.30.)

아범이 저녁식사를 하고 본가에 다니러 오는 길에 준모와 지우가 동행을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서둘러 거실을 정리하여 손주들을 맞았습니다. 남매가 도착하자 적적하던 집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준모가 “할아버지! 우리 카드 놀이해요~”하면서 2종류의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원 카드’ 게임을 하는 카드는 예전에 봤지만, ‘메모리 카드’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준모에게 “메모리 카드 게임방법을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지우가 설명해 준다고 나섰습니다. 오늘 가져온 2가지 카드는 준모는 물론이고 지우도 게임을 할 줄 아는 모양입니다. <한글과 영어가 적힌 동물그림이 2장씩 짝을 이루어 여러 장 있는데, 덮어 펼쳐놓은 상태에서 돌아가며 2장씩 들추어 같은 그림을 맞추면 가져가고 맞추지 못하면 다시 덮어놓습니다. 카드 그림의 짝을 전부 맞출 때까지 계속하여 카드를 가장 많이 가져간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요령은 카드를 2장씩 들출 때 어느 자리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잘 기억했다가 자기가 짝을 맞출 때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자 준모는 물론, 지우도 그림을 제법 잘 맞추는데 조부모는 번번이 엉뚱한 카드를 들추었습니다. 조부모가 기억력과 순발력에서는 한창 피어나는 손주들을 따라가기 어려웠답니다. 놀이를 해보니 카드게임이 영어 단어를 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카드놀이 종류를 ‘원 카드’ 게임으로 바꾸자 조손간의 실력이 비슷해졌습니다. 지우는 잘해 나가다가 카드가 한 장 남았을 때 ‘원 카드’라는 ‘콜’을 깜빡하여 벌칙을 여러 번 받았답니다. 가족이 ‘루미큐브’ 게임을 할 때는 지우가 아직 못해 아쉬웠는데, 카드놀이는 모두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할머니가 손주들 왔는데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 없다며 미숫가루를 꿀물에 타 얼음을 띄워 내놓았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자주 먹는 음료수가 아닌 색다른 맛에 구미가 당기는지 맛있다며 좋아했습니다. 카드놀이가 끝나자 손주들의 요청으로 미숫가루를 한 번 더 타 모두 맛있게 먹었답니다. 남매가 모두 기분이 좋은 듯 신나게 뛰놀려고 했지만 야간이라 자제를 시켜야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지우는 큰소리 안 나게 놀겠다며 소파에 올라가 신나게 뛰는 체조를 선보였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선물을 준다고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자, 준모는 당장 노래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준모의 씩씩한 태도가 돋보였지만 이웃을 생각해 밤이 아닌 다음기회에 부르도록 말렸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주들은 즐겁고 조부모는 흐뭇해하는 가운데 웃음꽃이 피는 여름밤이 깊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