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20년 손주들(친손, 외손)

철 지난 물놀이

돌샘 2020. 9. 25. 21:22

철 지난 물놀이

(2020.9.19.)

소민이가 큼직한 강냉이 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신발을 벗길 때도 들고 있다가 할머니께 직접 전했습니다. 할머니께 드리라는 부탁을 받고 끝까지 책임을 완수하러했나 봅니다. 조금 지나자 준모와 지우가 도착하며 집안이 떠들썩해졌습니다. 준모가 외갓집 농장에서 작업하여 수확했다는 갖가지 채소를 가져왔습니다. 호박과 가지를 따고 대파를 뽑는 일을 체험학습 하듯 즐겁게 했다고 합니다. 체력이 좋고 부지런해서 아빠가 하는 일에 제법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받기를 한다며 야구 글러브와 공을 넣은 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준모의 요청으로 할애비와 고모부가 야구하러 나갈 채비를 하자, 지우도 같이 간다며 따라 나섰습니다. 놀이터에 도착하여 준모는 고모부를 상대로 공받기를 하고, 지우는 할애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놀이를 했습니다. 준모가 공을 던지고 받는 모습을 지켜보니 자세가 안정되어 가고 힘도 붙는 등 실력이 향상된 듯했습니다. 지우는 회전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진짜 자전거도 탈 수 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몇 바퀴 돌고나서는 발을 굴려 시소처럼 타는 놀이기구에 올라 힘이 넘치듯 흔들어대었습니다. 지우가 놀이기구를 타는 사진 몇 장을 찍고, 준모가 공놀이하는 장면을 찍자 지우는 딴 곳에 가서 논다며 앞서 걸어갔습니다. 아파트 앞쪽에 있는 작은 놀이터로 가더니 벌레가 있다며 다시 중앙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돌로 만든 여러 가지 조형물을 타고 놀면서 안아 올려달라고도 했습니다. 지우가 ‘미운 여섯 살’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주위사람들이 자기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놀이터에서 돌아오자 할머니와 아범은 마트에 장보러갔다고 했습니다. 준모는 소민이 준다며 갖다놓은 ‘헬리’ 장난감 조종에 은근히 재미가 붙은 모양입니다. 지우와 소민이는 오빠가 무선으로 작동시키는 ‘헬리’의 움직임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습니다. 지우가 카드를 내놓으며 “할아버지! 나랑 카드놀이해요.”했습니다. “지우야~ 카드놀이를 할 줄 아니? 방법을 설명해주고 같이해보자.”고 했습니다. 지우가 설명해 준 카드놀이 ‘룰’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 룰에 따라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소민이가 카드놀이를 보다가 2층 계단으로 가자, 준모가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할애비도 불안한 마음에 뒤따랐습니다. 문을 열고 하늘정원으로 나가니 새아기가 바람을 쐬고 있었고, 소민 어멈과 지우도 뒤따라왔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물론, 소민이도 이심전심으로 물장난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최근 며칠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져 물놀이를 할 철은 지난 듯했습니다. 손주들이 간곡히 원해서 대야와 놀이용 공을 건네주었지만 뒷일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손주들이 조심한다고들 하지만 물장난을 시작하면 자연히 옷이 젖게 될 텐데... 물놀이를 중단시키자니 손주들이 하고 싶은 것을 가로막는 모양새가 되고, 지켜보자니 뻔한 결과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다행이 새아기와 소민 어멈이 곁에 있어 물놀이를 계속시킬지 여부와 뒷일을 일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손주들의 옷이 젖기 전에 사진을 몇 장 찍고 얼른 거실로 내려왔습니다. 소파에 앉아있으니 소민 어멈이 옆방을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손주들의 옷이 젖으니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집에서 준비한 음식과 외부에서 사온 음식을 상에 차려놓고 함께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을 차리고 상을 치울 때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진행하니 빠르고 효율적이긴 한데, 나는 입장(?)이 어정쩡해 침묵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준모와 조부모 그리고 새아기, 네 사람이 둘러앉아 ‘루미큐브’게임을 벌렸습니다. 이제 루미큐브 게임은 조부모의 치매예방(?)을 위해 준모가 봉사하는 과정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준모가 각종 놀이나 게임을 하며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를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준모가 문득 옛 생각이 나는지 “할아버지! 우리 바둑알까기 놀이해요.”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준모가 어릴 때 할애비와 바둑알까기 놀이를 하며 재미있어 하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바둑판을 가져와 시합을 해보았지만 예전처럼 흥미진진한 감정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 준모가 어린애 수준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할애비에게 스마트폰을 직접 건네주었습니다. 전해주고 옆에 가만히 서있는 걸 보니 다른 목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틀어 보여주자 무릎에 올라앉은 채 한동안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장면이 나오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뭐라 중얼거리는데 아직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애비가 손주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좋아할만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이 왔는가했는데 어느새 추석이 다가옵니다. 아들네와 딸네가 의논해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잡도록 했습니다. 일정상 추석 다음날 낮에 모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약속을 정했습니다. 올 추석엔 우리 손주들 모두 건강하고 슬기롭게 자라 조상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