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20년 손주들(친손, 외손)

추석 가족 모임

돌샘 2020. 10. 17. 15:28

추석 가족 모임

(2020.10.1.)

추석엔 아들네, 딸네의 일정을 종합해 오후에 모여 손주들과 놀다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소민이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분홍색 꽃핀을 꽂고 나타났습니다. 조부모와 인사로 눈 맞춤을 하고, 거실 창턱에 앉아 동영상을 한참 지켜본 후에 하늘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신을 신고 하늘정원을 다니며 물 분사기를 가리키고 플라스틱 그릇을 들며 보내는 무언의 눈빛이 물놀이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날씨도 날씨지만 추석맞이 멋있는 한복을 입고 물놀이를 할 수야 없지요. 소민이는 컴퓨터 방에 들어가 자동차를 타고 할애비와 앉아 다시 동영상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답니다. 조손이 거실로 내려가자 할머니는 소민이가 좋아하는 귤을 까서 먹였습니다. 소민이가 미소를 지으며 ~, ~’하며 맛있게 받아먹었습니다. 귤을 먹고 나자 기분이 좋아진 듯 갖가지 표정으로 애교를 부렸답니다.

 

준모와 지우 남매가 도착하자 집안 분위기가 활기를 띠었습니다. 명절 인사부터 받기로 했습니다. 먼저 준모네의 인사를 받고 조부모가 손주들에게 용돈을 건네고, 새아기로부터는 용돈을 받았답니다. 준모와 지우는 추석이 어떤 날이라 생각하는지 간단히 들어보고 할애비 생각도 전했습니다. 소민이네가 인사를 할 때, 소민이는 아직 아빠, 엄마가 절하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봐야 했답니다. 소민이에게 명절 용돈을 건네자 들고 있다가 요즘 잘 놀아주는 준모 오빠에게 주었답니다. 내년쯤이면 소민이도 절하는 것을 보며 따라 할 수 있겠지요. 딸네가 주는 용돈도 고맙게 받았답니다. 인사가 끝나자 가족들이 둘러앉아 준모와 지우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손주들의 노래를 듣고 준모에게는 내일은 실험왕 46’, 지우에게는 프리파라 5’라는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소민이에게는 할머니가 어린이용 치즈를 주었답니다. 준모와 지우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선물로 받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소민이는 오빠와 언니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인 듯 오빠가 펼쳐놓고 읽는 책을 손바닥으로 툭 쳤답니다.

 

저녁 식사는 소고기와 해물 샤브샤브를 주메뉴로 하고 준모가 좋아하는 부추전을 준비했습니다. 모두들 땀을 흘려가며 샤브샤브위주로 음식을 먹는데 준모는 부추전을 더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소민이는 식탁의자에 앉아 샤브샤브 국물에 익힌 새우를 맛있게 받아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지우가 유리 탁자아래에 있던 편지를 꺼내며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하고 물었습니다. “준모 오빠가 학교 수업시간에 할아버지한테 쓴 편지란다.” 얘기했습니다. 지우가 내용을 한번 읽어달라고 부탁해,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손주들과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지우가 자기도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썼으니 읽어보라며 메모지를 건네주었습니다. 지우가 쓴 편지내용을 읽어 내려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여섯 살인 지우가 생각하는 바를 글로 쓰는 자체도 대단한 일인데, 편지내용에 영어와 유머까지 담고 있었답니다. 편지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6Pine(파인)반인 지우에요. 카카오톡에 내사랑이라고 써있네요. ! ! ! 웃겨요! 안녕히 계세요. 지우 올림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를 쓴 순서와 작성방법은 미리 읽어준 준모 편지와 비슷했고, 영어 발음을 한글로도 적는 세심함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애비 핸드폰에 할머니 전화번호를 내사랑이라 저장해 둔 것을 놀리는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창밖에 추석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손주들은 컴퓨터 방에서 나는 하늘정원으로 나가 달님에게 바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얘기했답니다. 거실에 모였을 때, 지우는 고모 곁에 붙어 앉아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하여 조용히 듣고 있습니다. 소민이는 준모 오빠와 장난을 치며 놀다가 엄마와 지우 언니가 앉아있는 곁을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2층에 있는 윷판과 윷가락을 찾아 왔습니다. 지우가 유치원에서 윷놀이하는 사진을 봤던지라 윷놀이 방법을 물어보고 필요한 내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지우를 비롯해 몇 사람은 윷놀이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준모와 내가 한편이 되고 할머니와 아범이 같은 편이 되어 윷을 놀았습니다. 게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한판에 만원씩의 판돈을 걸었습니다. 윷놀이의 첫째 판은 우리 편이 완패를 했고, 둘째 판도 패색이 짙었지만, 준모가 막판에 윷을 두 번 연달아 던진 덕분에 역전승을 했답니다. 판돈으로 거둔 2만 원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모일 때 손주들과 맛있는 걸 사 먹기로 했습니다. 할애비는 준모랑 소민이와 함께 어울려 인공위성 날리기도 했습니다. 모두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가 준모는 낙하하는 인공위성을 잡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오늘도 놀이의 마무리는 조부모와 손자가 함께하는 루미큐브게임이었답니다. 조부모가 게임에서 준모에게 졌지만 서운하기는커녕 든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옛 어른께서 농사 중에 가장 중요한 농사는 자식 농사라고 말씀하셨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말씀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올 추석에도 손주들이 잘 자라 가정이 풍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상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준모야! 지우야! 소민아! 환절기에 코로나이겨내며 건강하게 잘 자라라. 그리고 연말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본인들이 하는 일들을 꾸준히 잘해 나가기 바란다.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우리 지우 공주님! 우리 소민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