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현판, 편액, 주련

거연정 원운 이야기

돌샘 2021. 1. 22. 21:03

거연정(居然亭) 원운(原韻) 이야기

 

거연정의 현판(懸板)과 주련(柱聯)은 뜰에서 볼 수 있도록 바깥을 향해 걸려있다. 그러나 거연정명, 거연정기(2), 거연정상량문, 거연정원운 및 차운(3)이 적힌 편액 8개는 기둥사이 안쪽 위에 올려져있다. 따라서 아무리 급해도 축담을 거쳐 마루 위에 올라서야 내용을 읽을 수 있다. 그중 거연정원운(居然亭原韻)은 정자를 건축하신 증조부님(諱 卞相瑢)께서 읊으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편액은 검정색 바탕의 판목에 흰 글씨를 쓰고, 색칠과 무늬가 그려진 테두리로 장식되어 있다. 걸린 위치는 정자 왼쪽 편(건물 기준) 첫 번째 기둥과 가운데 기둥 사이다. 많은 시인들이 원운의 운자(韻字)를 차운(次韻)해 차운시(次韻詩)를 지었으며, 그중 6편은 3개의 편액에 2편씩 나누어 적혀있다.

 

증조부님이 지으신 원운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편액에 써 놓은 한자 해독도 쉽지 않은 터에 한시 해석은 무리였다. 어느 날 딸아이의 제보로 블로그 <역사와 야생화>진전면 양촌리 개양마을 초계 변씨 거연정내용을 살피던 중, 원운의 해문(解文)이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쁜 마음에 해문의 내용을 읽고 뜻을 음미해보며 블로그를 들락거렸다. 블로그 방문 중 거연정과 관련된 내용을 매개로 백촌 김창현님과 인연이 닿았다. 한시에 조예가 깊은 분으로 거연정원운의 해문은 물론 자세한 해설내용까지 보내주셨다. 백촌님이 보내주신 시의 해문과 블로그 <역사와 야생화>에 실려 있는 내용을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원운 시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언제든 들러서 읽고 깊은 뜻을 음미해보기 바란다.

 

거연정원운(居然亭原韻) 해문1

 

屹立金崗古色(흘립금강고색청)

經營十載築斯(경영십재축사정)

軒窓靜對玄猿窟(헌창정대현원굴)

徑路廻通白鷺(경로회통백로정)

금빛 언덕(金崗) 우뚝 솟아 우아하게 푸른 곳에

경영한 지 십년 되어 거연정(居然亭) 세웠구나.

창문을 마주하니 원숭이 굴 보이고

오솔길 돌아드니 물가엔 백로가 나네.

(주석) 현원굴(玄猿窟)은 원숭이 굴로 표현하였으나

우리나라에는 야생 원숭이가 살지 않으니, ‘은자의 처소를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四壁圖書心界淨(사벽도서심계정)

一區泉石耳根(일구천석이근성)

微誠敢曰追先志(미성감왈추선지)

汎掃朝朝不暫(범소조조불잠정)

네 벽에 쌓인 책들 마음이 깨끗하고

한 구역 샘과 돌은 귀뿌리를 깨우치네.

작은 정성 선조의 뜻 과감히 따르고

아침마다 물청소 잠시도 안 멈추네.

不肖子 相瑢(불초자 상용)

(주석) 천석(泉石)은 샘과 돌로 자연을 말하며, ‘거연정 현판 이야기에서 설명한

주자(朱子)의 시구 居然我泉石(거연아천석)’을 떠올리게 한다.

* 원운은 측기식 칠언 율시이며, 九靑 平聲운인 <靑亭汀醒停>

(해문 작성) 백촌 김창현

 

 

거연정원운(居然亭原韻) 해문2

 

屹立金崗古色靑 금강에 높이 선 정자 고색이 창연하니

經營十載築斯亭 경영한지 10 년 만에 이 정자 세웠노라.

軒窓靜對玄猿窟 마루와 창이 고요히 마주하고 검은 원숭이 굴속에 있으니

徑路廻通白鷺汀 지름길은 돌아 통하고 흰 백로 물가에 있구나.

四壁圖書心界淨 네 벽면에 쌓인 도서 심기가 조촐하며

一區泉石耳根醒 한 구역의 천석은 귀뿌리까지 깨우치네.

微誠敢曰追先志 작은 정성으로 감히 말하노니 유흔을 따름이라

汎掃朝朝不暫停 매일 아침 넓게 쓸어 잠시도 쉬지 않으리.

不肖子 相瑢 불초자 상용

(출처) 블로그 <역사와 야생화>

 

(거연정원운 편액)

 

 

(성암거사 유허비)

 

: 1879, : 1941(향년 63)

본관(本貫) : 초계(草溪), () : 태견(泰見), () : 성암(誠菴)

() : 선산(善山) 김씨(金氏),

묘소(墓所) : 진전면 동산리 금강묘원(金崗墓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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