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현판, 편액, 주련

거연정제영첩 이야기

돌샘 2021. 5. 28. 21:58

거연정제영첩(居然亭題咏帖) 이야기

(2021.5)

거연정 편액에 써 있는 원운(原韻)과 차운(次韻)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백촌 김창현님이 해석해 주셨다. 차운을 해석하는 과정에 거연정제영첩(居然亭題咏帖, 1943년 발간, 卞仁燮 編)’이라는 목판 인쇄본의 존재와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도서관 고문헌실에 연락해 물어보니, 고문서 보존을 위해 복사는 어렵지만 열람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도서는 디지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작업을 위해 외부기관에 나가 있었다. 디지털작업이 완료된 후에 예약을 하고 도서관을 방문해 제영첩(題咏帖)을 인쇄해 왔다. 제영첩 인쇄본에는 서문, 원운과 차운 182, 거연정기, 상량문, 거연정명, 동화록서(同話錄序), 언지계서(言志契序) 등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 정말 반갑고 귀한 만남이었다.

 

석당(石塘) 변상태 한시집(漢詩集) ‘우수(憂愁)와 분노(憤怒)’(변지섭 譯註解, 1999)에 의하면 거연정에서는 1950년대 말 내지 1960년대 초까지 매년 음력 55일 단오절(端午節)에 원근의 선비들을 청하여 시회(詩會)를 베풀었다고 한다. 시회의 이름은 언지계(言志契)’라 하였는데, 언지(言志)는 서경 순전(書經 舜典)시언지 가영언(詩言志 歌永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제영첩(題咏帖)에 수록되어 있는 언지계서(言志契序)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시회가 열리면 한시(漢詩)를 하는 40~50명의 선비들이 거연정에 모였으며, 압운(押韻)은 초청장에 적어 보냈다고 한다. 시회가 열린 기간과 모인 선비의 인원을 감안하면 수백 편의 한시(漢詩)가 지어졌을 텐데, 그 한시들이 전해지지 않으니 아쉽기 그지없다.

 

거연정 편액에는 없으나, 거연정제영첩(居然亭題咏帖)에 수록된 차운 중에서 우선 세분의 한시와 해문(解文)을 블로그에 올린다.

 

石白泉明岳色(석백천명악색청) 흰 바위 맑은 샘과 산 빛이 푸른 곳에

菟裘晩計適成(토구만계적성정) 은거할 곳 계획 세워 정자를 이루었네,

煙花呈態簾間月(연화정태염간월) 주렴사이 달이 춘경의 자태를 뽐내고

魚鳥忘形野外(어조망형야외정) 야외 물가에는 물고기와 새가 한가롭다.

南極星增年壽久(남극성증연수구) 남극의 별 밝으니 사람들 오래 살고

北牕風灑夢魂(북창풍쇄몽혼성) 북창 바람 시원하니 꿈속의 혼 깨우치네,

絃歌暢亮流雲戛(현가창량유운알) 악기 노래 상쾌해 높은 하늘 퍼져가니

洞口時多客馬(동구시다객마정) 고을 입구 늘 많은 손님 마차 머무르네.

恥堂 沈相福(치당 심상복)

(주석)

심상복(沈相福) : 1876~1951, 호 치당(恥堂), 山淸 丹城 출신, 恥堂文集

菟裘(토구) : 여생을 보내는 은거지. 煙花 : 봄철의 경치, 春景. 簾間月 : 주렴사이 비치는 달. 南極 : 옛날 수명과 장수를 관장한다는 별. 夢魂醒 : 꿈속의 넋.

 

春雨年年寸草(춘우년년촌초청) 봄비 내려 해마다 마디풀 푸른 곳에

惕然今日始成(척연금일시성정) 오늘 부끄럽게 비로소 정자 지었네,

藏修舊卜玆山下(장수구복자산하) 이 산 아래 옛 터에서 배움 닦아 은거했고

遊釣相傳某水(유조상전모수정) 어느 물가에서 낚시 즐겨 대이었네,

逼逕林花迎客掃(핍경림화영객소) 좁은 길에 숲속 꽃 손님 맞아 쓸었고

入牕松月攪人(입창송월교인성) 창에 든 소나무 달이 사람 흔들어 깨우네,

欲知嗣守長存處(욕지사수장존처) 오래도록 지낼 곳 잇고 지킴 알아보려

積石巴川峙復(적석파천치부정) 머물었던 적석산과 파천에 또 머무르네.

石塘 卞相泰(석당 변상태)

(주석)

변상태(卞相泰) : 1889~1963, 石塘, 독립운동가, 1990년 건국훈장애국장 추서, 한시집 우수와 분노

 

吾家世住此山(오가세주차산청) 우리집안 대대로 머문 이 산 푸른 곳에

闢此榛荒揭一(벽차진황게일정) 이 황무지 개간해 정자 하나 세웠네,

木欲干雲長拔華(목욕간운장발화) 구름 닿는 나무 되어 오래도록 꽃이 피고

泉將放海遠通(천장방해원통정) 바다 이르는 샘물 되게 먼 물가로 통했구나,

敢忘父祖相傳授(감망부조상전수) 조상이 전해 준 바를 어찌 감히 잊으며

獨愧兒孫未喚(독괴아손미환성) 자손 불러 깨우치게 못하여 홀로 부끄럽네,

人事天時多變幻(인사천시다변환) 사람의 일과 자연현상은 변화가 많으니

若爲嗣守可稱(약위사수가칭정) 어떡하면 잇고 지켜 딱 알맞게 할 것인가

守堂 卞仁燮(수당 변인섭)

(주석)

변인섭(卞仁燮) : 1898~1968, 守堂, 거연정제영첩

相傳 : 대를 이어 전함. 天時 : 자연현상

變幻 : 별안간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여 종잡을 수 없이 빠른 변화.

* 측기식 칠언율시 형태로 원운(原韻)<靑亭汀醒停>운이 차운(次韻).

(해문 작성 : 백촌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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