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1년 이야기

준모와 지우의 하늘정원 물싸움

돌샘 2021. 7. 30. 21:18

준모와 지우의 하늘정원 물싸움

(2021.7.25.)

점심때가 지나고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할 즈음 준모와 지우가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거리두기를 감안해 아범이 준모와 지우만 데리고 왔습니다. 올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현관을 들어서며 앞을 다투어 종이 공작품 3개를 펼쳐놓고 점수 평가를 요청했습니다. 준모가 만든 작품이 2, 지우가 만든 작품이 1개인데, 서로 잘 만들었다고 경쟁이 붙은 모양입니다. 나는 준모가 만든 작품 하나에 100, 다른 것은 90점을 주고, 지우가 만든 작품은 95점으로 평가하여 무승부 판정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평가 대상인 모든 작품에 한결같이 100점을 주었습니다. 조부모가 손자와 손녀의 작품이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잘했다고 평가한 점은 같았지만, 세부방법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남매가 처음엔 큰일이나 되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나섰지만, 평가결과를 보고는 크게 좋아하거나 실망하는 사람 없이 싱겁게 끝나버렸답니다.

 

남매가 하늘정원 물놀이를 작정하고 온 듯, 소화기 모양으로 생긴 물총을 하나씩 들고 왔습니다. 할애비도 손주들이 무더위를 이기고 놀려면, 물놀이가 제격이다 싶어 대야와 비닐수조 등 물놀이 기구를 미리 준비해 놓았답니다. 준모와 지우는 물을 받는 도중에 물총의 성능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상대방에게 쏘는 등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졌습니다. 지우가 물총 쏘기에서 오빠에게 밀리자, 분사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준모의 괴성과 지우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물놀이가 결국 물싸움이 된 셈입니다. 물총싸움은 막상막하로 진행되겠지만, 물총과 분사기 간의 물싸움이란 승패가 처음부터 뻔했습니다. 할애비는 손주들 물놀이 광경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준모가 내게 물총을 겨누자 지우도 덩달아 쏘았습니다. 물총을 피해 달아나자, 쫒아오며 물을 쏘다가 급기야는 분사기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시작은 남매간의 물싸움이었지만, 할애비가 공동 표적이 된 듯 합심해 달려들었습니다. 준모는 달아나는 사람을 겨냥해 물줄기를 세게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웃음과 비명소리로 시끌벅적하던 물싸움 끝에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더위는 날아가고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모두들 옷을 갈아입고 나니 무더위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물놀이 후에 할머니가 주시는 콘을 하나씩 먹으니, 여름철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했습니다. 하늘정원 물싸움(?)을 끝내고, 조부모와 손주가 모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준모의 친한 친구와 지우의 친한 친구에 대해 물어보니, 오빠와 동생이 상대방의 친한 친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남매가 간혹 다투기는 하지만, 우애가 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예전에 남매에게 필요한 책이 있으면 사주겠다고 약속하여 실행에 옮겨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사고 싶은 책을 말하지 않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남매가 원하면 책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부탁할 필요성이 적은 듯했습니다.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손주들이 필요한 책이 있는지 물어보고, 준모가 본인과 동생이 사고 싶은 책이름을 카톡으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신청 받은 책은 다음 만날 때 전할 수 있도록 미리 배달시켜 놓아야겠습니다.

 

준모가 문득 생각난 듯 바둑 알까기 시합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조손이 알까기 시합을 종종 벌였던 기억이 났습니다. 할머니가 바둑판과 흑백 알이 든 통을 갖다주었습니다. 조손이 번갈아가며 손가락으로 자기 바둑알을 쏘아 상대방 알을 튕겨내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되자 준모가 튕기는 힘은 좋은데, 강약조절 요령이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준모가 몇 판을 진행해 보더니 바둑알을 장기짝으로 바꾸어 시합하자고 했습니다. 준모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는 알까기 시합을 힘으로 밀어 붙이려 작정했나 봅니다. 바둑알을 큰 장기짝으로 바꾸고 나니, 과연 준모의 승률이 높아졌습니다. 곁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할머니가 준모에게 오랜만에 루미큐브게임을 하려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준모가 좋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조부모와 손자가 둘러앉아 진지하게 게임을 펼쳤습니다. 지우가 혼자 심심해하여 게임을 배워보도록 권했지만 별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조부모가 가진 블록의 숫자를 오빠에게 은근슬쩍 알려주며 심심함을 달랬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남매가 사이좋게 지내니 보기 좋고, 할애비 마음도 흐뭇해지는구나. 무더위와 코로나 사태로 힘들겠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보람된 나날을 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