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1년 이야기

남매의 독서와 게임

돌샘 2021. 8. 21. 11:04

남매의 독서와 게임

(2021.8.16.)

준모와 지우 남매가 오전에 놀러 오지만, 오후에는 준모의 다른 스케줄이 있다고 했습니다. 손주들이 자라면서 각자 해야 할 일과 계획이 있으니, 세월이 갈수록 만나는 일정 잡기가 쉽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몸 건강히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니, 조손이 만나는 기회는 실정에 따라 맞춰야겠지요. 두 세대 전, 조부모님과 한집에 살았을 때도 고학년이 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니 뵙고 말씀 나누는 게 쉽지 않았답니다.

 

준모와 지우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지난번 만났을 때 남매가 신청해 배달시켜 두었던 책부터 전달했습니다. 준모의 책은 내일은 실험왕 34’이고 지우는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이었습니다. 요즘 조손이 밖에 나가 놀 상황이 못 되니 놀이 기구를 준비해 오도록 했답니다. 남매는 같이 놀기보다 방금 받은 책들을 펼쳐 놓고 읽기 바빴습니다. 본인들이 읽고 싶어 신청한 책이니 내용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만화형식으로 설명되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나 봅니다.

 

할머니가 타주시는 미숫가루를 마시고 퀴즈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게임기가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면 신속하게 자기 번호를 누르고 O, X로 답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린 지우의 퀴즈점수가 가장 앞서 나갔습니다. 정답을 정확하게 몰라도 맞히는 요령이 있나 봅니다. 준모는 동생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오자 자존심이 상한 모양입니다. 갑자기 다시 시작하는 버튼을 눌러버렸답니다. 게임 종류를 원카드게임으로 바꾸었습니다. 준모는 적극적으로 게임을 했으나, 지우는 카드놀이에 관심이 적은 듯했습니다. 게임 중에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조부모와 부자, 그렇게 3대 네 사람이 참여하는 루미큐브게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가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할 때 지는 것을 싫어하기는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할머니와 준모의 승부욕은 남다른 데가 있지요. 각자 승리를 위해 게임에 몰두하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듯했습니다. 지우는 엄마와 함께 2층에 올라가 컴퓨터방에서 책도 읽고 하늘정원 꽃 구경도 했나 봅니다. 게임의 판세는 누구도 연승을 거두지 못한 채 대등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준모가 막판에 기세를 올린 데 힘입어 42승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답니다. 역시 준모의 승부욕과 실력은 대단했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받을 책을 정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이제 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올가을엔 할애비도 손주들처럼 독서를 즐기며 내면의 세계를 넓혀 나가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