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1년 이야기

지우는 오빠 편

돌샘 2021. 12. 31. 21:55

지우는 오빠 편

(2021.12.25.)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더니 한낮에도 그 기세가 대단합니다. 준모와 지우는 문안 인사를 마치자 서둘러 할머니께 콘 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날씨가 추워도 아이스크림 먹는 데는 상관이 없는 모양입니다. 손주들이 콘 좋아하는 것을 아는 할머니가 오전에 장보러 가 아이스 바를 사놓았답니다.

모두들 콘 먹느라 조용한 가운데 할애비는 손주들에게 줄 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은 물론 주는 사람도 마음을 즐겁게 만드나 봅니다. 장난감 선물을 좋아하던 남매가 이제 책을 선물로 받겠다니 많이 자랐습니다. 준모에게는 내일은 발명왕 35’수상한 시리즈 세트’, 지우에게는 편의점 비밀 요원좋은 책 어린이 저학년 문고 세트를 선물했습니다. 낱권의 책은 만날 때 주는 일상 선물이고, 세트로 된 책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답니다.

 

남매는 각자 편한 대로 앉거나 엎드려 책을 읽기 시작했고, 한동안 말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독서에 몰입했습니다. 지우는 자기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자, 오빠 책 내용이 궁금한 듯 슬쩍 펴보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지만 한글을 제법 잘 읽고 씁니다. 손위에 오빠를 둔 영향이 크나 봅니다.

준모가 문득 할아버지! 저하고 오목 두어요.”하고 제안했습니다. “할머니는 준모하고 루미큐브게임을 하고 싶어 할 텐데...”하며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더니, 준모가 2층에 올라가 바둑판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바둑판을 거실에 놓고는 할아버지! 저한테 바둑 배워 주세요.”하며 뜻밖의 요청을 했습니다.

준모가 어디서 바둑 두는 것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바둑을 단시간에 배울 수야 없겠지만, 집을 짓고 상대방 돌을 잡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준모의 궁금증이 풀리도록 조손이 번갈아 흑백의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으며 실습도 해봤답니다. 바둑은 배우고 두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손자에게 선뜻 권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준모는 엄마에게 요청해 마주 앉아 오목을 두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준모는 이기겠다는 마음이 앞서, 상대 말의 움직임을 정확히 살피지 않고 자기 말을 놓는 데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준모야~ 오목에서 이기려면 우선 상대방이 오목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어부터 하고 난 후에 공격해야 한단다.”하고 조언했습니다. 준모가 방어에 신경을 쓰니 승률도 자연히 올라가는 듯했습니다. 오목은 바둑과 달리 시간 소요가 많지 않으니, 어린이들의 놀이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윽고 조부모와 준모 그리고 새아기가 둘러앉아 루미큐브 게임을 벌였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이기겠다는 일념에 긴장과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바닥에 깔린 블록과 자기가 든 블록 그리고 상대방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지우는 책을 읽다가 혼자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나 봅니다. 주변을 맴돌다가 다른 사람이 가진 블록 종류를 오빠에게 알려주는 일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지우가 오빠를 좋아해 다른 사람이 가진 블록을 알려주니, 오빠도 지우를 많이 좋아하겠네?” 했습니다. 아무 말이 없어 그렇지?”하고 확답을 요구했더니, 지우가 간혹!”이라며 강조했답니다. 준모가 동생을 좋아하지만 오빠 말을 듣지 않을 때 나무라는 것을 염두에 둔 얘기로 들렸습니다.

 

새아기가 아범과 멤버 교체를 한 상태로 루미큐브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새아기는 게임에서 나와 지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모녀간에 다정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게임이 팽팽하게 진행되자, 모두들 묘수를 생각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돌아갈 시간을 고려해 아쉽지만 세 판을 마치고 게임을 끝내기로 했답니다.

게임 결과는 준모가 2승을 차지하고, 할머니가 1승을 올렸답니다. 준모가 간간이 너무 길게 생각하는 단점은 있지만, 게임 능력이 어른들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모양입니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서 지는 것을 싫어하더니, 게임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생각하니 이기는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준모네는 집에 가서 식사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지우가 전화로 애교스럽게 부탁한 곰국 끓여 놓은 것을 전하며 칭찬했답니다. 남매는 차를 타고 조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했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바쁘게 생활하는 가운데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내년이면 준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지우는 입학식을 갖고 초등학생이 된단다. 남매가 다정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흐뭇하기 그지없구나. 새해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기 바란다.

 

안녕~ 새해에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