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2년 이야기

준모와 지우의 할머니 병문안

돌샘 2022. 10. 22. 09:39

준모와 지우의 할머니 병문안

(2022.10.8.)

집사람이 며칠 전 불의의 낙상사고로 깁스를 했습니다. 준모와 지우 남매가 아빠, 엄마와 할머니 병문안을 왔습니다. 지우는 그제 저녁에도 엄마와 함께 방문해 할머니가 깁스한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준모는 어제 소식을 전해 듣고 할머니께 카톡으로 위로 인사를 했습니다. 할머니 발 깁스를 쳐다보며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집안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답니다. 할머니가 이동시 활용하려고 곁에 둔 회전의자를 타고 빙그르~ 돌며 장난(?)을 쳐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왕지사,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고 손주들과 웃으며 일상의 행복을 누려야지요.

 

준모는 야구 글러브와 배드민턴 라켓, 지우는 뿅망치를 준비해 왔습니다. 준모와 할애비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글러브와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아파트 공터로 내려갔습니다. 조손이 마주보며 바람이 잠잠할 때는 배드민턴, 바람이 불면 야구공 던지기를 했습니다. 준모는 공 던지기를 하면서도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지 않고 변화를 주었습니다. 바운드 볼 던지기와 높은 공중 볼 던지기, 피처와 캐처 역할을 번갈아가며 했습니다. 준모는 아범이 수건과 물을 가지고 내려왔을 때 땀을 닦으며 잠시 쉬었다가 곧 아빠와 할애비 두 사람을 상대로 계속 운동을 했습니다. 지우는 아파트 거실에서 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는데, 우린 운동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답니다.

저녁은 할머니가 환자지만 혼자 챙겨 먹도록 부탁하고, 남매와 아범, 어멈과 함께 동네 중국집을 찾았습니다. 지우는 어릴 적에 자장면을 무척 좋아하더니 요즘도 여전한 모양입니다. 먼저 탕수육을 나누어 먹고 식사는 모두 자장면을 주문해 먹었답니다. 집에서 배달시켜도 되지만 음식점에서 갓 한 음식을 먹어야 맛이 좋지요. 부근 베스킨라빈스가게에 들러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포장해 할머니와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릴까봐 미리 전화 연락을 했답니다.

 

집으로 가면서 준모가 오늘 할머니와 함께 루미큐브게임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우도 루미큐브놀이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남매는 할머니가 다쳤으니 좋아하시는 게임을 함께 하면서 위로해 드리고 자기들도 즐기겠다는 생각인 듯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손주들이 할머니와 루미큐브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습니다. 할머니가 웃으며 이런 몰골로 게임을 해?”하고 말했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소파에 앉았다가 게임을 하기 위해 힘들게 거실 바닥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깁스한 발을 한쪽으로 쭉~ 뻗어 앉은 모습이 우스웠지만(?) 절대 내색은 하지 않았답니다.

조부모와 남매가 마주보는 형태로 둘러앉아 가위 바위 보로 선을 정했습니다. 모래시계까지 준비해 혼자 오랫동안 장고하는 것을 방지했답니다. 첫째 판은 할머니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양보가 없는 게임 분위기를 감안하면 할머니가 더욱 집중했거나 깁스의 끗발(?)’이 작용했나 봅니다. 두 번째 판은 지우가 승리했습니다. 게임을 배운지 오래되지 않았고 자주 하지도 않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지우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세 번째 판은 다시 할머니가 승리하며 게임을 끝냈습니다. 할애비의 눈길은 얼른 준모의 얼굴로 향했습니다. 언짢은 기색이 없어 정말 다행(?)이었답니다.

 

지우는 뿅망치를 가져왔지만 상대가 없어 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떠나기 직전 주차장에서 막간을 이용해 남매와 할애비가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뿅망치로 때리는 장난을 몇 판 벌였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할머니가 너희들 병문안을 받고 위안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몸이 불편해지면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된단다. 너희들은 항상 조심해 건강을 잘 지키도록 하거라.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