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3년 이야기

준모와 지우 남매의 '몽마르뜨공원' 공차기

돌샘 2023. 5. 21. 09:33

준모와 지우 남매의 ‘몽마르뜨공원’ 공차기

(2023.5.13.)

준모가 할머니집에 올 때 축구공을 가져오면 ‘몽마르뜨공원’ 잔디밭에서 공을 차며 놀기로 했습니다. 손주들이 실내에서 놀 때면 아랫집에 소음이 들릴까봐 항상 조심시키는데, 그런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지요. 조부모가 외출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던 중 준모와 지우가 즐거운 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매가 읽고 싶어 한 책을 선물하고, 마트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차는 마트 주차장에 세워 두었다가 나중에 몽마르뜨공원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올 때 장을 볼 계획을 세웠지요.

차에 여섯 명이 함께 타려니 다소 불편했지만 가까운 거리라 참을 만했습니다. 마트 식당 이용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피자를 기본으로 치킨과 김밥을 추가 주문해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준모는 축구공, 아범은 돗자리를 들고 대법원 옆을 돌아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긴 담장을 따라 빨간 덩굴장미와 하얀 찔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할애비가 손주들에게 꽃 이름과 공원을 ‘몽마르뜨’라 부르게 된 유래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손주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발걸음은 어느새 공원을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한낮 몽마르뜨공원 벤치와 숲속 그늘에는 휴일을 여유롭게 즐기려 찾아온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공차는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잔디밭 가장자리 그늘에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공원 이름의 유래를 입증이라도 하는 듯 생일모임을 갖는 외국인 가족들도 보였습니다. 준모가 공을 드리블하며 잔디밭 가운데로 나가자, 지우도 공놀이를 하겠다며 달려 나갔습니다. 오빠가 몰고 있는 공을 뺏으려 달려들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가 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마침내 공을 뺏었지만 준모가 곧바로 역습을 했습니다. 땡볕 아래 쉬지 않고 뛰어다니자 준모는 물론이고 지우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답니다.

잠시 돗자리에 앉아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쉬도록 했습니다. 과자도 건네주었지만 물만 잔뜩 마셨습니다. 준모가 목 부위가 뻐근하다고 얘기하자, 지우가 망설이지 않고 오빠의 목과 등을 안마해 주었습니다. 지우가 오빠와 함께 공을 차는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안마를 해주는 모습은 더더욱 생소해 보였습니다. 할애비가 그간 손녀가 운동을 좋아하고 오빠를 위하는 진면목을 제대로 알지 못했나 봅니다. 준모는 끈 매는 운동화를 신고 끈을 풀기 쉽게 매는 방법을 배우느라 정성을 쏟았답니다. 할머니와 새아기는 ‘누에다리’ 쪽으로 산책을 가고, 아범이 준모의 맞상대로 공을 찼습니다. 지우가 공놀이에 끼어들며 아빠와 한편이 되어 오빠에게 대항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한낮의 열기에 모두들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렸습니다. 지우는 엄마와 함께 건너편 화단에서 활짝 핀 장미꽃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아범 약속시간을 고려해 할머니와 새아기는 장보러 먼저 마트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디밭 가장자리를 따라 그늘이 늘어나고 공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앉았다가 늦지 않게 짐을 챙겼습니다. 준모는 공차기에 미련이 남은 듯 공원을 내려가는 비탈길에서도 공을 몰려고 했습니다. 마트에서 만나 조부모는 아파트 정문에서 내리고, 준모네는 아범이 중간에 내리기 편하도록 새아기가 운전을 하며 집으로 갔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손주들이 야외에서 마음껏 뛰논 즐거운 나들이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