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3년 이야기

준모와 지우 호퍼의 '길 위에서' 관람

돌샘 2023. 6. 17. 10:38

준모와 지우 호퍼의 길 위에서관람

(2023.6.10)

조부모는 준모, 지우 남매와 모처럼 시내 나들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길 위에서를 함께 관람하기로 했지요. 3호선 교대역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준모네에게 출입문 번호를 알려줘 잠원역에서 만났습니다. 준모는 예전에 지하철을 함께 탄 경험이 있지만 지우는 처음인가 봅니다. 을지로 3가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민생고(?)를 해결할 장소부터 찾았습니다. 덕수궁 부근에 이름난 칼국수 집이 있었는데, 그 건물 2층에는 중국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무얼 먹을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준모와 지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자장면을 먹겠다고 나섰습니다. 손주들의 뜻에 따라 2층 음식점으로 올라갔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아범은 미술관에 가서 입장권을 예매해 왔습니다. 탕수육과 자장면의 맛이 괜찮아 검색을 해보니 이곳 중국집도 꽤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미술관으로 가는데 멀리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들려왔습니다. 그곳 가까이 갔을 땐 연주가 끝난 듯 관중들이 일어서며 박수를 쳤습니다. 현 시립미술관은 옛날 대법원이 있던 건물로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러 방문한 것은 처음인가 봅니다. 미술관 건물 외벽에 호퍼의 작품인 철길의 석양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준모는 자기 책에 나오는 작품이라며 반겼고, 지우는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오늘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아범이 전시회 해설 내용을 다운 받아, 오디오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니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시회 뒷부분에 햇빛 속의 여인이라는 큼직한 누드화 작품이 걸려 있었습니다. 지우가 그 그림을 보고는 저건 범죄 행위야!”라며 화난 듯 얘기했다며, 할머니가 내게 알려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입장에서는 나체 그림 앞에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서 감상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의 몸을 엿보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예술의 영역인 누드화를 감상하는 것은 괜찮다고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지요.

 

관람을 끝내고 걸어 나온 곳, 로터리 중앙엔 분수가 물을 뿜고 길 양쪽 화분엔 예쁜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조손이 모두 좋아하는 망고빙수와 팥빙수를 먹으러 카페에 갔는데, 그 사이 소나기가 지나갔답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 5가에 있는 광장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저녁때가 이른 시간이지만 시장에는 갖가지 음식을 먹고 있는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우린 그냥 시장을 한 바퀴 구경만 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지우는 책 선물을 받고 싶어 했고 준모는 방울토마토를 관찰할 시기가 되었지만, 할머니 집에는 내일 외갓집에 다녀올 때 잠깐 들르기로 했답니다.

 

(호퍼 전시회)

 

 

(다음날 할머니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