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1~2세 성장기록

설날 아침에 세배 드렸어요

돌샘 2014. 2. 5. 21:36

설날 아침에 세배 드렸어요

(2014.1.31)

준모가 설날 아침에 일어나 한복을 갈아입은 고모를 보자 뜻밖에 ‘와~~’하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한복을 입은 고모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터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준모는 무척이나 활동적인 사내아이라 감성적인 면에 다소 둔감할 수도 있을 터인데

예상외로 다정다감한 표현을 잘 한답니다.

증조할머님과 조부모 종조부모(2)께 세배를 드렸으니 준모는 모두 네 번의 세배를 드리게 되었지요.

준모가 세배를 할 때 옆에 있는 아범의 자세를 곁눈질하면서 따라하였으나

세 번째까지는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네 번째는 무릎을 꿇고 자세를 제대로 갖추어 의젓하게 절을 하였습니다.

세배를 드리고 순서대로 앞으로 나가서 세뱃돈을 받았는데 준모가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세뱃돈을 받으니

자기도 앞으로 나가서 손을 내밀고는 세뱃돈을 달라는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준모야! 아직 너 차례가 아니다. 순서대로 받아야지.’했더니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와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는 앞으로 나갈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자기 순서에 잘 맞추어 앞으로 나가 세뱃돈을 받았습니다.

준모가 세배를 하고 기다렸다가 순서에 잘 맞추어 씩씩하게 앞으로 나가서

점잖게 세뱃돈을 받는 의젓한 모습을 보이니 모두들 한바탕 웃었답니다.

23개월 된 준모의 행동으로 인하여 설날 아침부터 온 집안에 웃음소리가 넘쳐났답니다.

 

어른들 세배가 끝난 후에 안방에 들어와 고모가 준모에게 세뱃돈을 주려고 절을 하라고 하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뿐 절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준모가 생각하기에 고모는 절을 받기에 너무 젊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혼자서 절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일까요?

계속 절을 해야 세뱃돈을 준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절을 하긴 했는데 건성으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준모가 절을 하고는 바로 손을 내밀어 세뱃돈을 달라며 고모에게로 다가갔답니다.

세뱃돈이 든 봉투를 받아들고는 곧 아범가방에 직접 넣었습니다.

준모가 아직 돈의 의미는 잘 모를 터이지만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느낌입니다.

 

차례를 모시고 나서 차례상 양쪽에 세워두었던 촛불을 끄려고 하니 준모가 다가와서 자기가 끄겠다고 나섰습니다.

일전에 생일 케이크 촛불을 껐던 일과 이를 연상하여 할애비와 촛불 장난을 한 기억이 난 모양입니다.

촛불이 제법 크게 활활 타고 있어 쉽게 꺼지지 않았는데 몇 번을 반복 시도하여 결국 혼자의 입김으로 촛불을 껐습니다.

 

상경하기 위하여 아범이 할머님께 하직인사를 드리니 준모도 자연스럽게 절을 따라하였습니다.

자식은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여실히 입증되는 순간이었지요.

할애비는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답니다.

집을 나와 빵을 사기위하여 아파트 정문 쪽으로 향하니 준모가 어제 걸어왔던 후문 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어제 걸어왔던 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이 어린아이에게는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준모는 건널목과 에스컬레이터에서만

겨우 할애비에게 안기고 나머지 구간은 스스로 걸었답니다.

열차 안에 같이 들어갔다가 아범과 준모가 자리를 잡자 조부모는 내려 플랫폼에 서서 차창을 통하여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준모가 손목을 자기 쪽으로 까닥이며 열차에 타라고 손짓하였습니다.

손짓을 하여도 조부모가 열차를 타지 않고 밖에 서있으니 출입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쪽으로 타면 된다고 알려주기까지 하였답니다.

열차는 출발하였고 부자간의 상경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준모가 열차에서 잠을 좀 자면 본인도 덜 지루하고 아범도 고생이 덜할 터인데..

.

아범아! 혼자서 준모 데리고 귀성, 상경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상경 길에 준모가 지루하여 다소 설쳐대더라도 싫어하지 말고 잘 보살피거라.

아범이 준모만 했을 때는 교통편이 열악하여 비좁은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편도 6시간이 넘는 귀성과 귀경 전쟁(?)을 치렀던 옛일을 기억하기 바란다.

 

준모야! 증조할머님 댁까지 먼 길을 오가느라 고생이 많았다.

증조할머님께서 너의 재롱부리는 모습을 직접 보시고 세배도 받으셨으니 무척이나 기쁘셨을 것이다.

우리 총명하고 의젓한 도련님 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