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4)

동해안 하기휴가 2일

돌샘 2014. 10. 25. 19:43

동해안 하기휴가(정동진, 추암해변, 삼척 해신당, 호미곶, 동궁과 월지, 양동마을)

(2014.8)

일주일가량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으로 하기휴가를 받았지만 처가에 상사(喪事)가 있어

장례 후 집에 머물다 울적한 마음도 달랠 겸 동해안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동해안 여행은 몇 번 해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기로 하였다.

 

(첫째 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에 이르니 안개가 자욱하였다.

대관령 옛길에 내려 동해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려고 하였으나 날씨가 허락하지 않았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강릉 성산마을로 내려가 대구 볼찜을 먹기로 하였다.

부근을 지날 때면 종종 들리던 음식집이지만 오늘도 손님들로 북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푸짐하게 나오는 찜으로 포식을 하고는 정동진으로 향했다.

모래시계로 더욱 유명해진 기차역 안쪽에 입장하여 바라보는 해안경치는 몇 번을 보아도 식상하지 않았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선박 모양의 건물이 이채로웠다.

몇 년 전 가족이 함께 여행 왔던 적도 있었는데 주변이 많이 개발되다보니

편의시설은 늘어났지만 자연경관이 훼손된 것 같아 아쉬웠다.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서 삼척 추암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작년 가을에도 왔던 곳이지만 기암괴석과 파도 그리고 백사장이 어우러진 절경에는 변함이 없었다.

가랑비가 내리기도 하였지만 올 여름은 이상기후로 주변 해수욕장이 설렁하기만 하였다.

 

국도를 타고 다시 남행하다가 해신당에 들렀다.

별로 볼 것이 없을 것 같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삼척어촌민속전시관을 둘러보고 해신당으로 가보았지만

예상대로 조그만 사당에 해신이 된 처녀의 초상화 하나가 달랑 걸려있는 것이 전부였다.

맞은편 언덕 능선부에 해신의 전설과 관련하여 조성된 남근(男根) 조각공원이 구경꺼리였다.

저녁 무렵이 되었으니 해안도로를 타고 바다경치 구경을 하면서 남행하여 숙소를 정하기로 하였다.

나는 바다경치가 좋고 생선회와 곰치국을 먹을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잡기 원했지만

집사람은 깨끗한 숙소를 우선시 하였다.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해 집사람의 의견을 따랐는데 숙소를 찾아 울진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울진에는 석류동굴을 구경하기 위하여 가족이 함께 왔던 적도 있고

부부가 망양정 구경도 하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겸해서 왔던 적도 있었지만 숙박은 처음이었다.

숙소를 울진읍내에 잡았으니 생선회는 구경도 못하고 조개구이로 만족해야 했다.

식당주인과 대화중 오늘 해신당을 구경했다고 하니 대뜸 ‘산에 있는 고추밭에 고추가 많이 열렸지요?’하고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의아해 했는데 ‘고추’가

산비탈에 조성된 남근조각상들을 지칭하는 것을 눈치 채고는 한참을 같이 웃었다.

여행 첫날은 고추밭 이야기로 웃으며 밤이 깊어갔다.

 

(둘째 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울진까지 내려온 김에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의 별미로는 물회가 으뜸이기에 점심때에는 스마트 폰으로 음식점을 찾아 가자미 물회를 맛보았다.

밑반찬도 많이 나왔는데 운전 때문에 소주 한잔을 겸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소문처럼 맛이 괜찮다는 맛 감정을 마치고 호미곶(虎尾串)을 둘러보기로 했다.

젊은 시절 회사일로 구룡포에 출장을 왔던 적은 있었지만 부부여행으로는 처음 들리는 곳이다.

가랑비가 내리는 한적한 해안길을 한참 달려 호미곶에 도착하니

탁 트인 바닷가에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조각상들이 우리를 반겼다.

뭍과 바다에서 마주보고 있는 한 쌍의 거대한 손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고

바다 쪽 조각상 손가락 위에 갈매기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상과 웅장한 새천년기념관도 조성이 되어있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는 섬이 없어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지만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시원함이 있었다.

 

경주를 들러 상경하는 코스를 잡고 예전에 지나치기만 하였던 안압지로 향했다.

안압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막상 안내간판에는 ‘동궁과 월지’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폐허가 된 연못에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많이 날아와 노닌다 하여 안압지(雁鴨池)라 불러지게 되었지만

신라 왕궁의 별궁이자 태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었기에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내외국인 관광객이 꽤 많았지만 구경거리는 별 없었다.

TV에 나오는 야경을 보고 혹해서 왔는데 조명이 없는 낮의 전경은 평범하였다.

나의 추천으로 이번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를 ‘양동마을’로 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경주 양동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한옥모양으로 지어진 초등학교를 지나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나지막한 언덕에

자연스러우면서도 질서 있게 배치된 여러 채의 한옥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회마을은 강변의 평지에 조성된 까닭에 집 안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는

건물의 배치나 높낮이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양동마을은 언덕비탈에 조성되어 있으니

마을 전체의 취락구조나 건물의 배치, 수직적 높낮이 등을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이름난 고택들은 물론 아래쪽에 위치한 초가에도 주민들이 현재 직접 생활하고 있는 점이 민속촌과 크게 달랐다.

열심히 마을을 둘러보는데 빗줄기가 점점 강해지더니 우산을 받쳐 들어도 옷이 젖어왔다.

먼 곳까지 찾아왔고 언제 다시 올 기약도 없는데다가 입장료까지 내었으니 약속이나 한 듯 마을구경은 계속되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니 땅거미가 내려않았다. 이제 이번 여행은 서울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집에 도착하면 열한시가 훌쩍 넘으리라.

여행의 시작은 발길 닿는 대로 한가하게 하려고 하였지만

주변의 볼거리를 하나라도 더 보려는 구경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정동진)

 

 

 

 

 

 

 

 

 

 

 

 

 

 

 

 

 

 

 

(추암)

 

 

 

 

 

 

 

 

 

 

 

 

 

 

 

 

 

(해신당)

 

 

 

 

 

 

 

 

 

 

 

 

 

 

 

 

 

(호미곶)

 

 

 

 

 

 

 

 

 

 

 

 

 

 

 

 

 

 

 

 

 

 

 

 

 

 

 

(동궁과 월지)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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