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상사/어머님

어머님과 함께한 연말연시

돌샘 2015. 1. 3. 21:29

어머님과 함께한 연말연시

(2014.12.31~2015.1.1)

올 12월 31일은 음력 11월 10일 조부모님 기일(忌日)입니다.

돌아가신 해는 다르지만 날짜는 같은 날이지요.

종무식이 있는 날이지만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마산으로 향했습니다.

성남(분당) 터미널에서 전화를 드리니 못 오는 줄 알고 계셨던 어머님의 밝은 목소리가 퍼져 나왔습니다.

선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제법 눈이 내려 주변이 온통 하얗게 덥혀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어머님께 문안인사를 올리니 무척 반가워하시며

며느리와 손부의 전화가 왔고 준모하고는 세 번이나 통화했는데 정말 똑똑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 곁에서 문어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저녁이 깊어갔습니다.

형님과 조카를 기다리다 혼자서 병풍을 치고 제상에 제수를 진설하니 할아버지 할머니 생전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세월 따라 시대의 흐름 따라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정성껏 제례를 올렸습니다.

제사를 모시고 저녁을 먹으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내 어머님과 두 사람만의 오붓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양력 연말연시를 어머님과 함께 보낸 지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군 입대한 이후에 처음인 것 같으니 40년 정도는 된 모양입니다.

어머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집안이야기도 나누고 좋아하시는 연속극도 보면서 밤은 깊어갔습니다.

TV에서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후에 느지막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해 아침에 아범이 할머니께 문안전화를 드리고

준모가 증조할머니께 인사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조금 후 내전화기가 울려 받으니 준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할애비가 ‘준모야! 새해에도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덕담을 건넸더니

‘나 복 안 받았는데, 나 복 안 받았어.’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준모의 말에 알맞은 답변을 찾지 못하고

‘준모야! 할아버지하고 또 만나서 재미있게 놀자.’는 말로 뭉뚱그려 넘어갔습니다.

세 살배기 준모의 생각에는 무엇을 받으면 눈에 보여야 하는데 ‘복’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받지 않았다고 진솔하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한 셈이지요.

어머님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과일과 차를 마시고는 하직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서울행 고속버스 편은 많지만 회사에 세워두었던 차를 가져가려면 분당 가는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입니다.

고속버스가 막 출발했을 즈음 새아기가 전화를 하여 통화를 하는 도중에 준모가 또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목소리도 밝고 조금 전에 통화를 했는데 또 통화를 하려는 것을 보니 오늘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사랑하는 손자에게 ‘복’은 물론이고 ‘정성, 사랑, 행복’ 등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그 의미들을 언제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이번 연말연시는 조부모님의 은덕도 받고 어머님을 직접 뵙고

새아기와 손자의 문안전화도 받았으니 5대에 걸쳐 마음을 전하고 받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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