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5년 이야기

행복한 가정

돌샘 2015. 10. 11. 16:04

행복한 가정

(2015.10.3)

휴일 아침이고 몸살기운이 있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준모와 지우의 감기증세로 동네병원에 갔더니 지우는 폐렴 의심이 드니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란다고 준모는 할머니 집에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준모가 도착하여 할머니 마루 청소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할애비를 보더니 ‘안녕하세요.’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머리카락을 말리는 동안 왔다 갔다 하며 무얼 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젤리를 조부모에게 하나씩 먼저 주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블록놀이를 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준모야! 점심 때 무얼 해줄까?’하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더니 ‘계란!’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할머니가 계란 사러 슈퍼에 간다고 하니 준모도 따라 나서고

‘하부도 같이 가자.’고 하였습니다.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준모가 ‘하부~ 안아 줘.’하면서 안기기를 원했습니다.

안고 가다가 ‘하부가 팔이 아프니 조금 걸어가다가 다시 안아줄게.’하면 ‘예’하고 내려서 걸었습니다.

조부모가 양쪽에서 팔을 잡고 들어 올려주면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반복하도록 하였습니다.

슈퍼에서 할머니가 계란을 골라 계산대로 가려할 때

준모는 새우깡을 들고 와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진열대에 있는 많은 과자들을 보면 어린마음에 욕심이 생길법도 한데

항상 한두 개 정도만 사려는 것이 기특하답니다.

점심을 먹고 반시간쯤 지나 감기약을 먹었는데

소파에서 무구나무도 서면서 장난을 치다가 약을 토했습니다.

깜짝 놀라 상태를 살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입과 옷을 닦아주고 나니 옷도 갈아입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준모의 여벌옷이 없어 고모의 옷을 적당히 끈으로 묶어 입혔는데 괘의치 않고 잘 놀았습니다.

 

오후에는 할애비가 조금 쉬고 고모가 준모를 데리고 놀았는데

옥상에서 방울토마토를 따 내려와 씻을 때는 블록을 쌓아놓고 싱크대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준모가 오늘도 활동적으로 잘 놀기는 하였으나 예전에 비해서는 덜 서둘렀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보아 감기기운 탓일 수도 있지만

아빠 엄마가 지우를 데리고 종합병원에 간 일이 마음 언저리에 남아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동네병원에서 지우가 폐렴에 걸렸을 수도 있으며

그러면 며칠 입원해야 된다는 말에 새아기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준모가 보았다고 합니다.

준모 나이에 엄마의 눈물 흘리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겠지요.

준모가 평상시와 달리 놀면서도 ‘아빠 엄마는 왜 안 오지?’하고 기다렸습니다.

조부모도 지우 검진결과가 어떤지 궁금했지만 전화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전화를 하면 아범과 새아기가 더 불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지요.

다행히 검진결과 지우는 감기 외에 폐렴증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알려와 모두들 안심을 했답니다.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지우가 도착하자 모두들 더욱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지우를 안아 어르니 할애비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삐죽삐죽 울려고 하여 할머니가 안도록 했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준모는 지우만한 월령 때 못마땅할 경우 갑자기 큰 울음을 터뜨렸는데 지우는 울기 전에 전조를 보낸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거실에 엎드려 있는 지우에게 다가가 양손을 내밀며 오라는 몸짓을 하자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더니 웃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다가 왔습니다.

안아서 위로 높이 올리며 어르자 함빡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범과 새아기가 지우 검진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피곤할 테니 집에 일찍 돌아가서 쉬도록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준모가 더 놀고 가겠다고 했을 텐데 오늘은 아무 말 없이 아빠에게 꼭 안겼습니다.

 

행복한 가정이란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가정이라기보다는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이 서로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가정이란다.

너희 네 식구 행복한 가정을 잘 가꾸어 나가기 바란다.

건강들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