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5년 이야기

축구장에서 공 찼어요

돌샘 2015. 10. 25. 11:55

축구장에서 공 찼어요

(2015.10.18)

준모가 오전에는 화성 외갓집에 가서 고구마도 캐며 놀다가 오후에는 할머니 집에 왔습니다.

어릴 때 자연 속에서 놀았던 기억은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락을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잠이 들 깬 상태라 안고 집으로 와 소파에 앉혔습니다.

할머니가 건네 준 젤리를 먹고는 옥상으로 나가 방울토마토를 따서

싱크대에서 씻으면서 잠이 완전히 깨었습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가 외출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예술의 전당에 가자고 했지만 거리가 좀 멀어 서초중학교로 향했습니다.

축구장에는 학생들이 골대 옆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축구공이 날아오지 않을 만한 코너부근에 위치를 잡고 공차기를 하였습니다.

조손이 축구장에서 공차기를 하는 것은 처음인가 봅니다.

실내에서 공차기를 할 때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조심스러웠는데 마음껏 뛰어다니며 힘껏 공을 찼습니다.

준모가 제법 공을 잘 차니 형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공이 그 쪽으로 굴러가면 준모 쪽으로 차주기도 하였습니다.

농구코트에서 공을 던져 넣는 형들을 보고는 준모도 공을 골대에 던져보았습니다.

아직은 농구보다는 축구가 더 익숙한 듯 곧 축구장으로 왔습니다.

공을 차고는 골키퍼처럼 넘어지면서 공을 잡는 행동도 선보였습니다.

화단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져온 감자 칩과 콘 칩 그리고 음료수를 꺼내놓고 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낯선 길을 걷다가 삼거리가 나오자 준모가 손가락으로 이쪽저쪽을 번갈아 가리키며

‘어 느 쪽 으 로 갈 까 요?’하여 끝날 때 가리켜지는 방향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다음 갈림길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갈 길을 정했는데 집에서 멀어지는 방향의 길이 정해졌습니다.

‘준모야! 저쪽으로 가면 집에 못가니 이쪽으로 가자.’고 했더니

‘잠깐 기다려!’하고는 ‘어 느 쪽 으 로 갈 까 요?’를 다시 하여 집 방향 길이 정해지도록 하였습니다.

준모가 갈림길에 서서 갈 방향을 정하는 전통적인 놀이방법을 조부모 앞에서 처음 선보였답니다.

멀리 걷기도 하고 공도 많이 찼으니 다리가 아플 것 같아 ‘준모야! 안아 줄까?’했더니 얼른 안겨왔습니다.

준모가 안긴 채 ‘할머니! 오늘 내가 안아달라거나 업어달라고 하지 않았지?’하며 확인을 했습니다.

‘그래 오늘 준모 참 착하구나!’하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외출을 할 때 안아달라거나 업어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할머니와 약속을 한 모양입니다.

준모가 안아달라고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약속을 지켰다고 할머니에게 상기시킨 것 같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안기는 것이 좋니? 업히는 것이 좋니?’하고 물으니 ‘안기는 것이 좋아.’하고 대답했습니다.

안고 걸어가다가 ‘준모야! 하부 팔이 아프니 할머니한테 업힐래?’하니 얼른 할머니에게 업혔습니다.

그리고는 묻지 않았는데도 할머니에게 ‘안기는 것보다 업히는 것이 좋아.’하였습니다.

조부모의 입장을 고려한 어린 손자의 재치 있는 대답이 돋보였습니다.

조손이 손을 깨끗이 씻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도 계란으로 만든 반찬들을 즐겨 먹었습니다.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지우가 도착하니 준모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준모가 ‘지우야! 지우 공주!’하고 부르며 동생을 좋아하니 지우도 웃으며 오빠를 반겼습니다.

할애비가 지우를 안고 눈을 맞추며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으니 준모는 공차기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공을 던져주면 힘껏 차서 높이 솟아오르거나 멀리 날아갔는데 아빠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지우를 안고 어르면 준모가 자기를 안아달라고 졸라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번갈아가며 안아야 했습니다.

집안이 떠들썩하게 생기가 돌았고 할애비에게는 모처럼 찾아오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가 지우를 안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준모야! 인사를 해야지’했더니

허리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거야. 하부한테는 인사 한 해!’하였습니다.

손자의 갑작스런 말에 어리둥절해 하며 안고 있던 지우를 안전시트에 앉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준모가 ‘안녕히 계세요~’하며 할애비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몇 번이나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준모가 동생 지우를 좋아하지만 할애비가 동생을 안고 있는 모습은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우가 월령 7개월이 다되었으니 낯가리지 않도록 얼굴도 마주보게 하고

어르기도 해야 하는데 준모의 마음도 잘 헤아려야 되겠습니다.

 

준모야! 오늘 축구장에서 마음껏 공차니 재미있었니?

조손이 축구장에서 공차기 데뷔를 한 셈이구나.

동생 지우를 반가워하고 좋아하니 할애비는 마음이 흐뭇했단다.

안녕~ 우리 도련님.

 

지우야! 오늘도 할애비 얼굴을 뚫어지게 한참 쳐다보았는데 얼굴 잊어버리지 마세요.

오빠보고 반갑게 웃는 모습에서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을 알겠더라.

의좋은 남매로 잘 자라세요.

안녕~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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