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상사/어머님

2015년 우포늪 나들이

돌샘 2015. 10. 25. 10:49

우포늪 나들이(2015년 추석)

(2015.9.27)

추석 차례를 지내고 아침을 먹고 나니 형제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님과 우리 세 식구만 남았다. 요즘은 명절이라도 인사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점심식사하고 바람 쐬러 드라이브를 가면 어떻겠느냐고 어머님께 여쭈었다.

처음에는 내일 새벽에 장거리 운전할 텐데 그냥 쉬라고 하셨지만 거듭된 청에 허락을 하셨다.

창녕 우포늪이 유명하지만 가까이 있어도 가보지 못한 터라 이번기회에 들리기로 했다.

추석이라 고속도로 진입로부터 정체가 심하여 북면온천 쪽으로 난

지방도로를 경유하여 우포늪에 도착하였다.

입구는 전시관과 조형물 등으로 단장되어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습지보호를 위하여 인공적인 시설은 최소화되어 있었다.

어머님은 많이 걸어가실 수가 없으니 나무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 내가 모시고

집사람과 딸은 주위를 둘러보도록 할 계획이었다.

제법 들어가니 전망대 입구가 나오고 벤치가 놓여있었다.

어머님께 벤치에 앉아 저와 같이 계시자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도 전망대에 올라가시겠다고 하셨다.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가파른 언덕길이 100m 정도이니 힘드실 것 같았다.

자식들 구경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한손으론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난관을 잡으시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언덕길을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넓은 우포늪은 이름 모를 수초로 가득 덮여있었고 곳곳에 철새들이 한가히 노닐고 있었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어머님은 예전에 한번 와봤는데 그때와 경관이 다르다고 하셨다.

우포늪이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으니 다른 지역을 보신 모양이다.

어머님은 의자에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셨다.

나도 땀을 닦으며 어머님 옆모습을 바라보니 문득  소학(小學)에 나오는 고사가 떠올랐다.

< 백유라는 사람이 잘못을 하여 어머니가 종아리를 회초리로 치니 울었다.

어머니가 ‘다른 날에는 종아리를 쳐도 울지 않았는데 지금 우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제가 잘못을 저질러 회초리를 맞을 때면 늘 아팠는데

이제 어머님의 힘이 약해 져서 아프게 하지 못하시니 그래서 웁니다.’고 대답하였다. >

 

저녁에는 큰 여동생 부부가 어머님께 명절인사를 왔다.

남매간이지만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어머님 계실 때

이렇게 보지 않으면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남매 부부가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추석 밤은 깊어만 갔다.

창문너머 둥근 보름달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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