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5)

속초, 강릉 가을여행

돌샘 2015. 10. 25. 11:26

속초 강릉 가을 여행

(2015.10.9~10)

평소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여행을 좋아하지만 올 가을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유난히 많이 든다.

나이가 가을을 타는 남자로 만든 모양이다.

연휴를 맞아 동해안으로 가 젊은 날 뿌려놓았던 추억들을 줍기로 했다.

도로가 정체될 것을 예상하여 서둘러 집을 나섰건만 양평까지 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정체가 계속되면 용문사에나 들러 숲길을 산책하고 돌아갈까 했지만 양평을 지나니 의외로 정체가 풀렸다.

인제 부근에서 막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고 고성 왕곡마을로 향했다.

한적한 시골 전통 한옥마을에 들어서니 시간이 정지한 듯하였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에는 비할 바 아니었으나

소박한 마을 정경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었다.

북쪽지역의 추운 날씨를 고려한 독특한 건물구조가 눈에 띄었다.

 

미시령 부근 숲길을 걸어 경치가 좋다고 알려진 화암사를 찾아갔다.

설악산이 가까운데도 일주문에 ‘금강산 화암사’라 적혀있었다.

예전에 건봉사에 갔을 때도 현판에 ‘금강산 건봉사’라 적혀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금강산보다 설악산이 훨씬 가깝지만 산봉우리가 금강산에서 뻗어 나온 지맥인가? 하고 생각해보았다.

수바위와 대웅전 등을 구경했는데 산 위쪽은 벌써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숲길을 내려올 때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청량한 계곡 물소리에 마음이 맑아졌다.

속초 엑스포 공원 부근에 있는 ‘머구리 물회집’을 찾아들었다.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고난 후부터 넓은 실내가 여전히 손님들로 붐볐다.

인근 숙소를 구했지만 관광객으로 넘쳐나 부득이 강릉 경포대 인근 솔숲까지 집사람이 밤 운전을 해야 했다.

마음 가는대로 움직이는 자유여행은 홀가분해서 좋지만 성수기에 숙소 구하는 어려움은 감내해야 한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해변 솔숲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식사는 초당순두부를 먹어보기로 했다. 순부두가 별맛이야 있겠느냐마는 이곳 별미로 이름났다.

식사를 마치고 부근에 있는 허난설헌(여류시인) 생가에 들렀다.

생가부근에 기념관까지 설치되고 주변이 깨끗이 정비되어 있었다.

허난설헌은 홍길동을 지은 허균의 누나로 유명한 여류시인인데 아버지의 호가 초당이었다.

그래서 마을이름이 초당이고 초당순두부로 불리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다음은 경포대에 올라가 정자도 구경하고 주변 경치를 둘러보기로 했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유명한 곳이지만 부근의 해수욕장이나 경포호만 구경했을 뿐 경포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위치하여 그곳에서 내려다본 경포호수와 건너편 솔숲

그리고 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은 눈을 즐겁게 했다.

 

부근에 있는 선교장으로 향했다.

나는 몇 번 들러 구경을 한 적이 있지만 집사람은 처음이라고 한다.

입장료가 1인당 오천 원. 전엔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입장을 한 때가 마침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엔 그저 경내를 쭉 한 바퀴 돌며 건물의 외관을 눈으로 구경했는데 해설사의 위트가 가미된

연혁, 유래, 건물용도, 특이한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어 좋았다.

한 때 부와 권세를 떨친 집안이야 많겠지만 선교장 주인장처럼

대를 이어 인물이 배출되고 조상의 뜻을 이어가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부러웠다.

경포대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솔숲을 걸으며 산책을 하였다.

파도가 제법 높게 일어 백사장에 부서지는 물보라와 파도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솔숲을 따라 강릉항까지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고 성산 ‘대구 볼찜’ 음식집을 찾았다.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배불리 먹고 포장주문을 하여 옛 도로를 따라 대관령을 올랐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영동고속도로와 주변 국도가 정체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즐거운 가을여행을 하였으니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흐름에 따라야겠다.

 

(왕곡 마을)

 

 

 

 

 

 

 

 

 

 

 

 

 

 

 

 

 

 

 

 

(금강산 화암사)

 

 

 

 

 

 

 

 

 

 

 

 

 

 

 

 

 

 

 

 

 

 

 

 

 

 

 

 

 

 

 

 

 

 

 

 

(허난설헌 생가, 경포대)

 

 

 

 

 

 

 

 

 

 

 

 

 

 

 

 

 

 

 

 

 

 

 

 

 

 

 

 

(선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