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5)

인왕산 자락길

돌샘 2015. 11. 18. 22:13

인왕산 자락길

(2015.11.15)

오전에는 하늘정원 월동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말로만 듣던 ‘인왕산 자락길’ 산책에 나섰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조금 걸으니 사직단(社稷壇)이 나왔다.

조선시대 토지 신(社)과 곡식 신(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인왕산으로 오르는 갈림길 옆에는 조촐한 규모의 단군성전이 있었다.

‘자락길’ 초입에 들어서 조금 걷자 조선시대 무사들이 궁술 연습을 하던

‘등과정 터’가 남아있고 아래쪽에는 황학정이 있었다.

황학정 앞 사대에는 국궁 애호가들이 활을 쏘고 있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락길 주변 산비탈에는 붉거나 노랗게 단풍이 든 나뭇잎들이 유난히도 고운 색깔을 뽐내었다.

인왕산의 웅장한 바위 자태를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는데

저 멀리 산 정상 도성길을 걷는 사람들과 성곽이 가물가물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커피를 한잔 마시고 수성동 계곡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어제 내린 비로 이름에 걸맞게 계곡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깊은 바위계곡과 그 위에 설치된 돌다리 그리고 물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이곳은 청계천의 발원지이자 도롱뇽과 가재, 버들치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주변경치를 구경하며 어느 듯 전망대에 들어서니 서울시내는 물론이고

저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도 눈앞에 나타났다.

청와대 쪽은 촬영금지라 북악산 쪽은 눈으로만 봐야하는 것이 옥에 티였다.

자락길이 끝나는 곳에는 ‘인왕산에 호랑이가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대형 호랑이 조각상이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을 밟으며 호젓한 창의문길을 걸어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11월 중순이니 그야말로 만추(晩秋)다.

만추의 낙엽 진 길... 혼자 걷는 외로운 사람이 아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