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5년 이야기

하부! 고모! 할 수 있겠지?

돌샘 2015. 11. 18. 21:35

하부! 고모! 할 수 있겠지?

(2015.11.7)

아범이 준모를 할머니 집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출근하려고 현관을 나설 때

‘준모야! 아빠 회사 잘 다녀오세요. 인사해야지.’했더니

‘아빠! 잠깐 기다려!’하고는 휴지를 뽑아 건네주었습니다.

준모가 아빠에게 휴지를 건네준 것은 무슨 뜻일까요?

아빠가 가고나자 ‘하부 토마토 있어?’하고 물어왔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방울토마토를 따고 싶은 모양입니다.

지난주에 정리하려다 준모 생각이 나서 열매를 남겨두었습니다.

‘준모야! 비가 오고 네가 감기기운이 있어 토마토를 딸 수 없으니

다른 놀이를 하자.’고 하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과자 있어?’하고 물어 할머니가 ‘무슨 과자 먹고 싶니?’하고 되물으니

무슨 과자가 있는지 한번 보자고 하였습니다.

베란다 창고에 있는 과자를 보여주자 이것저것 훑어보고는 새우깡 한 봉지만 들고 나왔습니다.

소파 위에 올려놓고 고모와 같이 먹겠다며 불렀습니다.

고모와 마주 앉아 먹으면서 조부모는 달라고 애걸(?)을 하면 큰 마음먹고 하나를 집어주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모를 이모라 부르며 슬쩍 놀리기도 하고

호칭을 고모더러 ‘준모’하라 하고, 자기는 ‘고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준모에게 ‘고모야!’하면 ‘예’하고 대답하고 고모에게는 ‘준모야!’하고 부르는 장난을 쳤습니다.

 

공 차러 밖에 나가자고 하였지만 비가 와서 할 수 없다고 하니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난번에 학교 운동장에서 마음껏 공을 찼던 일이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거실 창에 기대어 서서 밖을 바라보며 독백처럼 ‘비가 왜오지?’하였습니다.

‘준모야! 비가 어디서 내리지?’하고 물으니 ‘하늘에서 와’하고 대답했습니다.

‘준모야! 비가 어떻게 만들어지지?’하고 물으니 대답이 없었습니다.

‘준모야!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만들진다.’고 하니 준모가 말을 받아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만들어져서 떨어지는 거야.’하고 할애비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점심때는 준모가 통닭을 먹겠다고 하기에 ‘준모야! 통닭을 누가 사주지?’하고 물으니 ‘할머니가 사 줄 거야’했습니다.

‘할머니는 돈이 없어. 하부가 돈을 가지고 있는데’했더니

‘그럼, 내가 하부한테 돈을 받아 할머니에게 주면 되지.’하고 대답했습니다.

준모가 갑자기 일어나 절을 하더니 돈을 달라하여 받은 돈을 할머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준모는 하부에게 절을 하면 언제든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통닭이 배달되자 할머니가 상에 차려놓고 준모가 먹을 것은 먹기 편하게 뜯어 놓았습니다.

둘러앉아 막 먹으려고 하는데 준모가 ‘할머니 장갑 줘!’하였습니다.

통닭을 먹으려는데 왜 장갑을 달라고 하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얼른 말뜻을 이해하고 비닐장갑을 가져와 양손에 끼워주었습니다.

준모가 비닐장갑을 끼고 직접 닭살을 뜯어 먹었습니다.

준모가 어디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요?

예전에 누가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만지는 것을 본 모양인데

네 살배기가 그것을 눈썰미 있게 보았다가 기억해내고는 통닭 먹을 때 응용하다니...

보통 수준을 능가하는 손자의 다양한 능력은 할애비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기름기를 손에 묻히지 않으려고 양손에 포크 두 개를 잡고

헤매고 있는 할애비보다 훨씬 야무진 방법으로 통닭을 잘 먹었습니다.

 

통닭을 다 먹고는 블록놀이를 하는데 한참 놀다가 고모를 보고 ‘고모가 피곤해 보인다.’라고도 하고

할머니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 찬장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하니

‘저러다가 다칠라.’하면서 걱정까지 해주었습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니 실내에서 공차기, 공 구르기, 술래잡기, 기차놀이를 번갈아 하였습니다.

준모가 ‘이제 뭐하고 놀까?’하고 잠깐 생각하더니 ‘하부! 고모! 이리 와 봐.’하며 창 쪽으로 불렀습니다.

준모에게 다가가니 ‘이쪽에서 달려가서 저쪽에 있는 블록을 빨리 가져오는 거야.’하며

놀이방법을 설명해주고는 ‘알았지? 할 수 있겠지?’하고 선생님처럼 확인을 했습니다.

준모가 가지고 놀던 퍼즐조각이 모두 있는지 확인하려고

할머니가 퍼즐을 맞추어 보려했는데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준모야! 할머니가 퍼즐을 잘 못 맞추니 준모가 도와드리라.’고 했더니

‘할머니 퍼즐 잘 해.’하고는 잘못 넣은 것만 바로 잡아주고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놀이방법을 설명하고 확인할 때나 퍼즐 맞추기를 지켜볼 때

의젓하게 선생노릇(?)을 정말 잘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는데 느지막하게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지우가 도착했습니다.

현관 밖에서 지우를 안으니 오늘도 할애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한참을 가만히 안겨 있어 이제 얼굴이 좀 익었나 생각할 즈음

입을 삐죽삐죽하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할머니가 안아주어도 소용이 없고 아범이 안아 달래는 동안 제법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우가 낯이 설어도 참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 안고 있었으니 설움이 북받쳤던 모양입니다.

아범이 안고 있는 상태에서 손바닥과 손가락 그리고 입을 모두 동원하여

소리를 내며 관심을 끌었더니만 이윽고 마음을 열고 다가왔습니다.

손으로 할애비 얼굴과 목도 만지며 친근감을 나타내었습니다.

겨드랑이를 잡고 어르니 웃으며 무릎에 반동을 주며 아래위로 우쭐거리며 잘 놀았습니다.

준모가 지우를 안아준다며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 올릴 때는

불편할 것 같았지만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오빠가 어깨동무를 할 때도 자세가 불안정했지만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오빠가 자기를 좋아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지우를 안고 내려가 차에 태울 때까지 가만히 안겨 있었습니다.

지우가 할애비와 잘 놀게 하려면 먼저 얼굴을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하나 봅니다.

오늘은 우중충한 날씨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손자와 손녀의 웃음소리와 재롱으로 온 집안에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가 봅니다.

 

준모야! 오늘은 비가 와서 밖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잘 놀았니?

네가 무심결에 하는 말이나 행동이 어떤 때는 다 큰 아이가 하는 언행 같아

조부모가 깜짝 놀라기도 하고 흐뭇하여 두고두고 회상을 한단다.

쉬지 않고 노느라 피곤했을 테니 좋은 꿈꾸며 잘 자거라.

안녕~ 또 만나요. 우리 선생님...

 

지우야! 할애비를 오랜만에 잠깐잠깐 만나니 낯설어 보이지?

다음에 만나면 먼저 얼굴 익히는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에 안도록 하마.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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