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하부는 나하고 놀아야지

돌샘 2016. 1. 27. 22:14


하부는 나하고 놀아야지!

(2016.1.17)

준모가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젤리 세 봉지를 꺼내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에게 한 봉지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맛있는 과자를 선물하려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모양입니다.

준모의 마음가짐이 갸륵하여 “고맙습니다.”하며 답례를 하고 조손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부! 비눗방울 놀이하자.”며 비눗방울 총과 비누 액이 든 용기를 들고 왔습니다.

“그래, 날씨가 추우니 옥상에 올라가지 말고 베란다에서 놀자.”고 하였습니다.

예전엔 비누 액을 묻힌 빨대를 불어서 비눗방울을 만들어 날렸는데

오늘은 건전지를 넣은 비눗방울 총에 비누 액이 든 용기를 탄창처럼 끼우고

방아쇠를 당기자 자동으로 비눗방울이 만들어져 쏟아져 나왔습니다.

방아쇠를 당겨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날기 시작하자

“하부! 저 큰 비눗방울 터뜨려!”하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준모는 연달아 비눗방울을 날리고 나는 양팔을 허공으로 부지런히 휘저어 방울을 터뜨렸습니다.

공중과 유리창을 향하던 비눗방울 총은 준모의 웃음소리와 동시에 할애비 쪽을 향했습니다.

장난을 치고 싶은 모양입니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자 준모의 웃음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하고 싶은 놀이를 못하고 오랫동안 참았던 모양입니다.

그칠 줄 몰랐던 비눗방울 놀이는 비누용액이 소진되고 나서야 아쉬운 듯 끝이 났습니다.

 

준모가 요즘 아이들한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변신 로봇 터닝 메카드 몇 개를 바닥에 놓고 조립을 했습니다.

“준모야! 이 로봇 이름은 ‘메가 드래곤’인데 네가 가지고 있는 것과 저것은 이름이 뭐니?”하고

물으니 몇 번 가르쳐주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외국어이고 흔히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니

쉽게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금방 잊어버렸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메가 테릭스’와 ‘에반’이었는데

손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놀려면 열심히 외워두어야겠습니다.

옆에 있던 고모가 “준모야! 숫자 잘 쓴다고 하던데 숫자 한번 써봐라.”고 하니

도화지에 1부터 10까지 차례로 숫자를 썼습니다.

“와~ 우리 준모 숫자 잘 쓴다.”고 칭찬을 하며 다시 한 번 더 쓰게 하였습니다.

고모가 이번에는 “준모야! 눈사람 그릴 줄 아니? 한번 그려봐.”라고 하니

눈사람 형상에 눈, 코, 입을 그려놓고는 조금 있다가 머리카락을 그려 넣으면서

“눈사람이 여자야!”라며 싱긋이 웃었습니다.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것이 요즘 준모의 관심사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준모가 고모와 공놀이를 하는 틈을 타, 할머니와 놀고 있던 지우를 안아 어르니

“하부는 나하고 놀아야지!”하며 짐짓 삐친 듯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우는 누가 돌보지?” 했더니 “지우는 할머니와 놀면 되잖아.”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준모네 집에 갔을 때 지우하고 놀면, 엄마가 돌보도록 하고 자기와 놀자고 한다는데...

함께 자주 놀지 못한 사람과 우선적으로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숨바꼭질과 공놀이를 번갈아 하다 보니 어느덧 창밖에는 어둠이 내렸습니다.

블록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범과 어멈이 생선회와 생선초밥,

통닭을 사와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준모는 아직 생선회를 먹을 수 없으니 통닭을 먹도록 했는데 장갑을 찾았습니다.

할머니가 비닐장갑을 건네주자 장갑을 끼고 통닭을 잘 먹다가 갑자기 먹여달라고 하였습니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르니 서서히 장난기가 발동하나 봅니다.

준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닭살 조각을 할애비가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어주면 어리광도 부리고 미소를 지으며 받아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할애비가 지우를 안아 어르며 웃고 좋아하자

준모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저쪽으로 가버렸습니다.

얼른 지우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다가가서 “하부가 준모 안아줄게.”하니 씩 웃으며 안겨왔습니다.

“하부는 이 세상에서 준모를 제일 좋아해!”하니 아무 말이 없었지만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답니다.

준모가 예전과 달리 어리광을 부리고 토라진 듯이 행동하는 데는

주위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준모는 동생을 잘 보살펴주기도 하며 샘내는 일이 덜한 편이지만

어린마음에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잘 배려해야 되겠습니다.

샘이란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중의 하나이니

어른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으며 때로는 열심히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준모야! 오늘 비눗방울 놀이 재미있었니?

그 동안 하고 싶어도 날씨가 추워서 많이 참았던 모양이구나.

하부는 이 세상에서 준모를 하늘대왕구 만큼 좋아한단다. 알았지!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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