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6)

소래포구 단상

돌샘 2016. 6. 18. 10:14

 

소래포구 단상

(2016.6.12.)

내가 소래포구를 처음 찾았을 때는 부근에 어시장과 횟집,

어물전이 있었지만 한적한 어촌 포구란 인상을 받았다.

꼬불꼬불 이어진 시골길을 따라 어딘지도 모르고 한참을 지인 차에 실려 들어왔다.

멀지 않은 곳에는 넓은 염전과 드문드문 낡은 소금창고가 보여 신기하기만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갓 착공되었을 무렵이니 1990년경이었나 보다.

그 후 가끔 찾아오면 부근에 새로운 도로가 뚫리고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섰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승용차 편으로 소래포구에 와서 재래 어시장을 둘러보고

해물이나 먹고 갔으니 동네 변화엔 별 관심이 없었다.

수인선 협궤철도가 폐쇄된 후, 한 때는 포구를 가로지르는 철도교량 상판 양편에

각종 노점들이 들어서 좋은 구경꺼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도회지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는 어촌 포구란 인상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서초역에서 소래포구로 운행하는 직행버스 노선이 생겼다고 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일요일 오후 소래포구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고속도로를 타고 지루할 겨를도 없이 월곶을 거쳐 소래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리니 높은 아파트와 건물로 둘러싸여 포구가 어딘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안내판을 좇아가니 깔끔하게 지어진 소래포구역이 시야에 나타났다.

새로 개통된 복선전철역인 모양인데 규모가 대단했다.

새로 난 넓은 도로를 따라 걸으니 현대식 건물의 소래포구종합어시장이 나타났다.

포구에 있던 어시장이 이곳으로 옮겨왔나 하고 잠시 망설여졌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건너편에 있는 재래시장 입구의 골목길을 발견했다.

정말로 많이 변해있었다.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다.

재래식 소래포구어시장으로 들어서니 많은 사람으로 북적대었다.

바닥은 질퍽이고 생선 비린내와 젓갈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어물을 흥정해서 사는 사람,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장을 보고 생선회와 조개칼국수로 요기를 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협궤철도 폐선교량을 건너 바다구경에 나섰다.

노점들은 모두 철거되고 산책하기 좋은 보도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언덕배기 부근 공터에 눈에 익은 석축구조물이 보였다.

내려가서 안내문을 읽어보니 고종 때 이양선을 막기 위해 설치한 포대였다.

강화도 해안가에 위치한 돈대, 보, 진에 설치된 포대를 보았기에 눈에 익었던 모양이다.

월곶포구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걸으니 저녁산책을 나온 주민들도 많았다.

갯골에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개펄을 가리고 나니 바다가 넓은 강처럼 보였다.

건너편엔 예전에 보지 못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여 놀라움을 자아내었다.

양안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규모면에서 서울 한강변 아파트촌에 버금가는 듯했다.

바다에 떠있는 빈 조각배가 건너편 아파트촌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소래포구에 왔다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그 포구를 잃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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