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6년 이야기

저게 나팔꽃이야?

돌샘 2016. 11. 26. 18:35

저게 나팔꽃이야?

(2016.11.13.)

손주들이 도착하자 할머니가 과일과 고구마를 차린 상을 내어 놓았습니다.

준모는 밀감 껍질을 까기 시작하고

지우는 단감 한 조각을 먹고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준모도 정성껏 깐 밀감을 쟁반에 모아놓고 모두들 먹도록 하였습니다.

교육상 아이들이 자기만 먹으려하지 않고 나누어 먹는 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하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2층 복도에 놓인 화분들을 보고는 ‘하부! 내 꽃에 물줄께’하여

‘그래, 물주면 꽃들이 좋아 하겠다’고 하자 페트병에 담긴 물을 들고 와 화분에 차례로 주었습니다.

화분에 심은 꽃에 물주는 일을 잊지 않고 3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준모가 안방에 들어가더니 ‘포스트잇’에 ‘변준모 사랑해요’라는 글씨를 써들고 나와 모두에게 보이고 나에게 주었습니다.

준모가 한글을 제법 잘 읽을 뿐만 아니라 글씨를 가지런하고 예쁘게 잘 썬답니다.

전화번호를 외워 유선전화기 버튼을 눌러서 엄마 핸드폰에 전화를 거는 방법도 선보였습니다.

모두들 ‘우와~’하면서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요즈음 준모의 인지능력과 사고 수준이 급성장하면서 예상 밖의 새로운 언행을 보이기도 하고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는 빈도나 강도가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지우도 전화기와 장식장에 놓인 물건들을 만지며 장난을 하다가 고모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고모가 준 팔찌를 차고나와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모두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습니다.

베란다에 있는 목마를 잡아당기기에 거실에 내어주었더니

올라앉아 힘껏 반동을 주며 앞뒤로 꺼덕였습니다.

오늘도 안마기에 올라가서 안마를 즐기고 할애비에게 핸드폰을 갖다 주며 무릎에 앉았습니다.

여러 가지 동영상중에 오빠가 ‘노리안’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제일 좋아했으며

리듬에 맞추어 손을 흔들며 춤도 추었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거실보료 위에 누워 ‘김말이’한다며 몸으로 빙빙 말았다 폈다 반복했습니다.

준모가 누워서 위를 쳐다보다가 2층 난간을 가리키며 ‘야! 저기 꽃 폈다’고 소리쳤습니다.

쳐다보니 난간위에서 아래를 향해 매달린 ‘엔젤 트럼펫’ 꽃송이였습니다.

‘하부! 저게 나팔꽃이야?’하고 물었습니다.

엉겁결에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엔젤 트럼펫’도 ‘천사의 나팔’이니 나팔꽃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준모야! 나팔꽃은 어디서 배웠니?’하고 물으니

‘배운 것이 아니고 낱말카드에서 알았어.’하였습니다.

그림과 낱말카드를 이용해 단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알게 된 모양입니다.

지우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는 상당히 잘 하는데 아직 말하기는 서툴답니다.

어떤 때는 3개 단어로 구성된 어려운 말도 곧잘 구사해 조만간 말문이 터지려니 하고 기다립니다.

지금도 애교가 많지만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면

손녀의 귀여운 말과 애교스런 행동에 할애비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게 생겼습니다.

오늘도 조손이 헤어지기 아쉬운 가운데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전송하고 집에 돌아오니 떠들썩하고 생기가 넘쳐나던 손주들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자꾸 들리는 듯했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옥상 월동준비를 끝내고 보니 어느덧 올 한해도 저물어가는구나.

할애비는 너희들의 올바른 성장과 재롱을 열심히 지켜보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단다.

많은 분들 사랑 듬뿍 받으며 티 없이 맑게 자라거라.

안녕~ 우리 도련님! 공주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