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6년 이야기

알까기 게임 재미나요

돌샘 2016. 12. 30. 19:18

알까기 게임 재미나요

(2016.12.25.)

오늘은 크리스마스. 점심 무렵에 준모와 지우의 활기찬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준모는 할애비에게 덥석 안기고 지우는 ‘하부!’하고 불렀습니다.

지우가 ‘하부!’하고 부르는 일은 처음인가 봅니다.

준모는 현관을 들어서며 할머니에게 단정한 자세로 인사를 하고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며 시계모양의 손목 조종기를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터닝 메카드’와 감지기를 바닥에 정렬시켜 놓고는 카드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였습니다.

나는 들어도 금방 잊어버릴 낮선 이름뿐이었는데 준모는 모두 외우고 있었습니다.

지우는 외투와 양말을 벗은 후 거실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다니며 소리 없이 잘 놀았습니다.

누구에게 안겨 있는 것보다 전화기와 음향기 버튼, 장식장 물건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점심을 차려주니 준모는 김밥과 유부초밥,

지우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후 간식시간에 고모가 사온 케이크를 상위에 올려놓자 모두들 자연스럽게 모여들었습니다.

케이크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자 지우가 환한 얼굴로 입을 오므려서 바람을 부는 동작을 취했습니다.

촛불을 켜고 입으로 불어서 끄는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케이크는 준모가 여러 조각으로 잘라 그릇에 담았고 지우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지우는 말이나 행동이 볼 때마다 향상되어 ‘하부!’, ‘뭐해요?’,

‘아이~ 냄새’ 같은 말도 하고 애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곁에 누가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고 도움이 필요할 때면 아빠를 우선적으로 찾았습니다.

비닐봉지에 든 젤리를 아빠에게 들고 가서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쉴 때도 아빠 곁에 앉았습니다.

준모가 장난을 치다가 ‘하부! 우리 공놀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 공놀이 하자.’며 쉽게 승낙을 하였지만 아랫집이 은근히 신경 쓰였습니다.

요즘 조손이 함께하는 공놀이는 준모가 소파나 등받이 위에 올라서서 할애비가 던져주는 공을

손으로 치거나 발로 차면서 뛰어내리는 등 다소 과격하여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한바탕 공놀이를 한 후에 준모의 땀을 닦아주며 잠깐 쉬는 동안

문득 준모가 ‘알까기 게임’을 좋아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올 설날 증조할머님 댁에서 종고모들과 바둑 알까기 게임 하는 것을 배워,

할애비에게도 같이 하자며 재미있어 하였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둑의 흑백 돌을 10개씩 가져와 하얀 종이 위에 올려놓고

‘준모야! 바둑돌로 알까기 놀이 할래?’하였더니 ‘뭔데?’하고 되물었습니다.

손가락으로 바둑돌을 튕기는 동작을 보여주었더니 놀이방법이 기억났는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그래, 같이 하자.’며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알까기 게임은 바둑판 위 양쪽에 바둑돌을 늘어놓고

손가락으로 자기 돌을 튕겨 상대방의 바둑돌을 바둑판 밖으로 쳐 내는 놀이입니다.

준모가 알까기 놀이를 해본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게임방법은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한두 게임하고 나면 공놀이하자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알까기 게임에 몰입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이를 계속하였습니다.

아빠 엄마가 집에 가자고 하여도 한번만 더 하겠다며 허락을 받았고 바둑알도 가져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놀이에 대한 흥미는 본인의 기분과 관심 그리고 추억도 큰 역할을 하나봅니다.

외투를 챙겨 입은 상태에서 지우가 태권도 애니메이션 동영상 음악에 맞추어 태권도 춤을 추자

준모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태권도 동작을 보여주며 춤판이 벌어졌답니다.

지우는 할머니 집에 올 때나 갈 때 항상 즐거운 표정을 짓지만,

준모는 즐거운 마음으로 왔다가 실컷 놀지 못하고 집에 갈 때는 서운한 표정을 짓는데

오늘은 모두들 흡족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즐거운 크리스마스 재미있게 잘 보냈니?

이제 며칠 후면 새해를 맞이하고 나이도 한 살씩 더하게 되는구나.

새해에도 건강하며 슬기롭고 올곧게 자라 많은 분들의 사랑 듬뿍 받기 바란다.

나의 새해 희망은 온통 너희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단다.

조부모는 너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을 얻고 흐뭇하기 그지없단다.

사랑해요~ 우리 도련님, 공주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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