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7년 이야기

안녕하세요 지우 입니다

돌샘 2017. 11. 25. 00:13

안녕하세요 지우 입니다

(2017.11.19.)

지우는 차에서 잠이 들어 아범에게 안겼고, 준모는 나에게 안긴 채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준모는 할머니에게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자마자 같이 만든다며 가져온 공작 재료를 내놓았습니다.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더니 책을 살 때 첨부물로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공작물은 빨대로 만드는 공 띄우기 기구 그리고 빨대와 풍선으로 만드는 허파로 숨 쉬는 모형이었습니다.

먼저 가위로 빨대 끝을 세 가닥으로 자르고 알맞게 굽혀 공 띄우기 기구 2개를 완성했습니다.

조손이 빨대를 불어 한바탕 공 띄우기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지우가 안방에서 자다가 깨어 거실로 나왔습니다.

선잠을 깨었지만 울지 않고 오빠가 불던 빨대를 받아 자기도 공을 불며 좋아했습니다.

빨대와 고무풍선, 점토, 테이프로 허파모형을 만드는데 지우도 가위를 들고 무언가를 만들려는 듯 덤벼들었습니다.

지우는 곧 할머니, 아빠 엄마와 함께 마트에 장보러 가고 집에는 준모와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공작놀이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고 카드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카드놀이 초반에는 내 패가 예상외로 잘 들어 연거푸 두 번을 이겼습니다.

세 번째 판을 시작할 즈음 준모가 ‘할아버지~ 일부러 져주는 것은 없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뜻밖의 질문이긴 했지만 ‘져주면 재미없잖아. 게임은 정정당당하게 해야지.’하고 대답했습니다.

준모가 어떤 대답을 듣기 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필요시 져주는 것도 상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처리해야 하는 하나의 기술이지요.

셋째 판에도 내 패가 일방적으로 잘 든 것을 준모가 알아채고 ‘다시 잘 섞어서 해요.’하였습니다.

그 정도의 청이야 흔쾌히 들어주었지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음 판부터는 내 패가 엉망으로 들기 시작했습니다.

패가 대등하게 들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렸는데도 준모가 승리를 챙겨갔습니다.

게임의 판세가 막상막하일 때 ‘아이템’을 적시에 잘 이용하는 요령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준모는 게임에서 연승을 하자 흥미가 더해지고 나는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준모야! 좀 쉬었다가 하자.’고 제안하니 ‘싫어요~ 할아버지도 이길 때 계속 했잖아요.’하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조손이 카드놀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준모야~ 다니는 유치원 이름이 뭐니?’하고 물어보자 ‘지이에이 요!’하였습니다.

‘뭐?’하며 다시 묻자 종이에 영어로 ‘GEA’라 써서 보여주었습니다.

‘유치원 위치는 어디지? 집에서 멀어?’하고 물으니 ‘그렇게 멀지 않아요. 가까워요.’하였습니다.

‘준모야! 저 번에 덤블링 잘 하던데 누구한테서 배웠니?’하고 묻자

‘친구가 하는 것 보고 그냥 따라 했어요. 배우지 않았어요.’했습니다.

‘준모야! 할아버지가 동영상 찍어줄 테니 덤블링 다시 한 번 해 볼래.’하자

‘사진 말고 동작이 나오게 움직이는 것 찍어주세요.’하며 일어났습니다.

‘준모야! 내가 시~작! 하면 조금 있다가 시작해.’하자 공손하게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시~작!’하며 신호를 넣자 ‘안녕하세요. 준모 입니다. ~~~’하며

먼저 멘트를 하고 좌로 우로 덤블링 연기를 하였습니다.

덤블링 동작도 잘 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오프닝 멘트’까지 넣어 멋지게 연기를 했습니다.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함께 동영상을 감상한 후에 다시 카드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놀이 도중에 밖에서 인기척이 나거나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면 준모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장보러 간 사람들이 기다려지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장보러 간 지 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졌습니다.

‘준모야! 배고프니?’했더니 ‘아니요!’했습니다.

‘그럼, 왜 자꾸 기다리지?’했더니 ‘오지도 않고 아무 연락도 없잖아요.’했습니다.

출발한지 오래되었지만 도착하지도 않고 연락도 없으니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어른 네 사람의 생각을 모두 합쳐도 어린 준모의 생각보다 짧은 모양입니다.

그제야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피자가게에 줄이 길게 늘어져 늦어지고 있다 하였습니다.

 

얼마 뒤 장보러 갔던 팀이 도착했는데 여러 가지 저녁 먹거리도 사왔습니다.

지우는 저녁을 먹기 전에 ‘젤리’부터 먹으려는 것을 만류하여 식사부터 하도록 하였습니다.

스페어 의자까지 갖다놓고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갖가지 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우는 식사를 마치자 곧 젤리를 꺼내먹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지우야! 고모하고 고모부 어디 갔니?’하고 물으니 지우가 ‘울산!, 울산!’하며 야무지게 대답했습니다.

웬 일인가 했더니 할머니가 장보러가서 지우에게 가르쳐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준모도 곁에서 듣고 있어 ‘준모야! 울산이란 고모가 살고 있는 도시 이름이야.

우리가 사는 곳이 서울이듯이 말이다.’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준모가 이제야 생각난 듯 본인이 덤블링하는 동영상을 할머니와 아빠 엄마에게 보여드렸습니다.

모두들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동영상과 오빠가 칭찬받는 모습을 보고 있던 지우가 갑자기 거실 한가운데로 나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지우 입니다.’하며 인사를 하고는

몸을 숙여 머리를 바닥 보료에 대고 물구나무 자세를 취하다가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지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빠가 칭찬받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따라하려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안녕하십니까. 지우 입니다.’하여 본인을 먼저 소개하고, 오빠가 선보인 덤블링은 할 수 없으니

비슷한 물구나무라도 서서 칭찬을 받겠다는 정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행동이 하도 깜찍하고 귀여워 모두들 한 번 더하도록 부추겼지만 재연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준모와 지우가 함께한 오누이의 노래와 춤판이 벌어져 모두가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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