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7년 이야기

할아버지 장난감 사러가요

돌샘 2017. 12. 15. 22:17

할아버지 장난감 사러가요

(2017.12.9.)

손주들이 건강하고 슬기롭게 자라는 즐거움 속에 어느덧 올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손주들에게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주기로 한 날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준모와 지우가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부르며 환한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조부모에겐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이지요.

인사를 받고 잠바와 양말을 벗겨주자 준모가 방에서 ‘포켓몬 카드’를 가져왔습니다.

자연히 조손과 고모내외 그렇게 네 사람이 보료 위에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카드는 지난번에 가지고 놀고 보관했던 것인데 ‘아이템’이 여덟 장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준모가 그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고는 패를 잡고 있는 고모내외에게 ‘아이템’ 수를 묻고,

나에게 ‘할아버지는 아이템이 세 장 들었지요?’하면서 웃었습니다.

할애비도 준모의 기억력과 덧셈뺄셈 능력을 파악하고는 흐뭇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 답했습니다.

게임의 첫 번째 판은 준모가 승리를 거두었고 판이 진행되자

나머지 사람들도 돌아가며 승리를 하는 판국이 되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긴장감이 무디어 질 무렵 ‘준모야! 장난감 사러 안 갈래?’하고 묻자,

‘할아버지! 지금 장난감 사러가요.’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가자!’며 카드놀이를 끝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지우도 장난감을 사러간다는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잠바를 손에 든 채 웃는 얼굴로 현관 앞에 나섰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들어선 마트에 꽤 큰 장난감 가게가 입점하였습니다.

손주들과 함께 가게에 가서 장난감을 직접 보며 고르기에 편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미리 살 장난감을 정한 후에 가게에서 만나 사주거나 인터넷주문을 시켰는데,

장난감을 직접 보고 고르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를 타고 금방 마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모두들 조금 들뜬 마음으로 매장에 들어섰습니다.

매장이 넓고 장난감 종류가 많으니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찾아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매장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진열대에 놓인 상품 종류를 보았습니다.

어떤 종류의 장난감이 어디에 진열되어 있는지 대강 파악하고는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준모는 처음에 게임용 장난감 두 개를 골라 카트에 실었는데

마음이 바뀌어 제자리에 갖다놓고 운동용품을 사려고 하였습니다.

아파트 실내에서는 운동을 할 수 없으니 겨울에 밖에서 운동을 하려면 춥다고 하자 마음에 갈등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다시 ‘다트’를 골라오자 아범이 벽에 못질을 해야 하며 위험하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준모는 자기가 고른 장난감의 문제점이 자꾸 지적당하자 기분이 언짢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결국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구슬입자를 접착해 다양한 형상을 만드는 놀이기구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지우는 엄마가 집에 있는 장난감을 고려해 소꿉놀이 장난감을 하나 추천해주었지만 싫다고 했습니다.

소꿉놀이 장난감이긴 하지만 자기가 직접 고른 다른 종류를 사겠다고 하였습니다.

세 살배기 답지 않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내세워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살 장난감을 일찌감치 결정해 카트에 실어놓고 놀이용 오토바이를 타고 노는 등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러다가 계산을 하기 직전에 더 좋은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부랴부랴 바꾸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모두들 환한 얼굴에 기쁜 마음으로 장난감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난감의 포장을 풀어헤치고 조립과 놀이에 열중하였습니다.

준모는 고모부의 도움을 받아 모형을 만들고 지우는 아빠의 도움으로 소꿉놀이 기구를 조립하였습니다.

어른이 선정한 장난감을 선물로 받는 것도 좋지만

본인들이 매장에서 직접 고른 장난감이기에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상 위에 아범이 사온 케이크를 올려놓았습니다.

후식으로 사온 것이지만 촛불을 켜놓고 준모와 지우가 같이 불어서 끄도록 하였습니다.

준모가 어릴 때부터 케이크 촛불 끄는 것을 좋아한 이후로 일종의 놀이처럼 되었답니다.

오늘도 준모와 지우가 서로 먼저 촛불을 끄려고 밀고 당기는 경쟁이 벌어졌답니다.

준모가 나누어 주는 후식을 먹으며 지우의 노래와 춤 솜씨를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가족이 집에 모여 식사를 하면 음식준비와 설거지 등 번거로운 일도 많으나,

오가는 시간 절약과 손주들의 재롱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손주들과 마트에 총출동(?)하여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사와 조립하고,

재롱부리는 것을 보며 웃음꽃 피우는 행복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어느덧 올 한해가 저물어가는구나.

너희들이 씩씩하고 의젓하게 자라는 과정과 재롱부리는 것을 지켜보며 더없이 행복했던 한해였단다.

연말연시에도 건강하고 사랑 많이 받으며 못다한 일 이루도록 하여라.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가슴이 설레는구나.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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