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70

무더위 속 하늘정원

무더위 속 하늘정원 (2018.8) 예년의 기록을 깨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이나 바깥출입을 할 때가 아니면 예년보다 더 시원하게 지내는 것 같다. 실내 더위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니 망설이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하늘정원의 화단과 화분은 폭염과 가뭄으로 삼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어야한다. 물을 주며 꽃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시든 잎은 정리하고 잡초도 뽑아주어야 한다. 물을 주는데 대충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니 저녁에 물을 주어도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의자에 앉아 땀을 닦고 있을 때 갑자기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청량감을 준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화초가 있어 물을 주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서울 한낮..

여름의 길목에서

여름의 길목에서 (2018.5) 하늘정원은 봄맞이가 끝나고 5월에 접어들자 차례차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화단에는 부처님 머리모양을 닮았다는 흰 불두화와 병 모양의 붉은 병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계란 프라이 모양의 ‘샤스타데이지’는 화단과 화분 여기저기에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화분에 심어진 작약, 꽃기린, 사랑초, 백정화, 제라늄, 바위취 등도 앞을 다투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만리향, 백화등, ‘부룬펠지어자스민’은 바람결에 은은한 향기까지 실려 보내주었다. ‘디기탈리스’와 섬초롱 꽃은 언뜻 보기에 모양이 비슷하지만 원예용의 화사한 멋과 야생화의 청초한 모습이 대비된다. 5월 말로 접어들자 하늘정원 화단과 울타리에서는 뜸하던 새소리가 반갑게 들려온다. 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니 새들도 ..

월동준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추억

월동준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추억 (2017.7~12월) 늦가을에 접어들면 하늘정원은 벌써 월동준비로 바쁘다. 화분에 심겨진 열대 및 아열대 화초가 추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먼지를 닦고 방이며 복도로 서둘러 이사를 해야 한다. 추위에 조금 강한 식물들은 노천에서 비닐과 이불을 덮어쓰고 긴 겨울을 난다. 화단의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마치고 용감하게 맨몸으로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이면 하늘정원은 지난여름과 가을의 추억에 젖는다. 빨간 덩굴 장미꽃잎이 지고나면 이글거리는 불더위에 만물이 지쳐간다. 간혹 하늘정원에서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면 한줄기 바람처럼 시원함이 느껴진다. 맑은 날 저녁 하늘정원에 나가면 풀벌레소리 가득하고, 밤하늘의 별빛은 옛이야기처..

하늘정원의 오뉴월

하늘정원의 오뉴월 (2017.6) 하늘정원은 콘크리트 바닥에 만든 화단과 200여개의 크고 작은 화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단은 좁은데 심고 싶은 나무와 화초는 많고... 결국 꽃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성장에 좋지 않은 밀식(密植)을 하게 되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초봄부터 피던 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하얀 바람개비처럼 생긴 백화등은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고, 한 그루에서 번식한 섬초롱은 흰색과 보라색이 가미된 여러 가지 톤의 꽃들을 여기저기 피운다. 브룬펠지어 자스민은 그야말로 자스민 향기를 내뿜으며 보라색으로 피어나 흰색으로 변한 후에 낙화한다. 인동초, 꽃기린, 작약, 나리, 병꽃, 패랭이, 조팝나무, 백정화, 남천, 제라늄, 안개꽃 등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하순이 되면 넝쿨장미가..

하늘정원 봄맞이와 단장

하늘정원 봄맞이와 단장 (2017.4) 월동이 끝나자 온실에서 용감하게 지낸 꽃들과 실내자리를 지킨 꽃들이 모두 하늘정원 뜰에서 만났다. 봄맞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나무와 꽃의 종류, 화분의 크기와 모양, 개화시기 등에 따라 위치를 정하고 자리를 배치해야 한다. 며칠간 화분 배치작업을 했는데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두세 번 자리를 옮겨야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내에서 월동한 식물들은 노지에서 강한 햇빛을 받자 잎이 타들어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둘째는 화원에 가서 화사한 봄꽃 모종을 사다 심어 하늘정원을 봄 단장시켜야 한다. 8일에는 남서울 화훼시장에 들러 영산홍과 자산홍 그리고 거름을 샀다. 다음날 아침에는 화단에 영·자산홍을 심고 거름을 주었으며, 낮에는 성남에 있는 음식점에서 가족 외식을 하고 단골..

하늘정원의 여름, 가을과 월동준비

하늘정원의 여름, 가을과 월동준비(2016) (여름) 하늘정원의 빨간 넝쿨장미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면 봄은 가고 여름이 온다. 초여름엔 보리수가 익어 더욱 좋다. 붉게 익은 보리수 열매를 찾아온 새들이 맑은 노래를 시원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첫 대면 땐 인기척에 놀라 날아 가버리더니 몇 번 마주하고 나서는 무시하듯 큰소리로 지저귄다. 어디서 날아온 매미가 가지에 붙어 목청을 높이기 시작할 때면 여름은 무르익어 간다. 한가한 휴일 오후 도심 속에서 듣는 새소리와 매미소리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저녁에 더위가 한풀 꺾이면 시원한 물을 듬뿍 뿌리며 지친 꽃과 함께 생기를 되찾는다. 하늘정원에서 함께 더위를 보낸 꽃으로는 샤피니아, 군자란, 꽃 치자, 범부채꽃, 란타나, 수국, 원추리, 나리, 베고니아, 꽃베고..

하늘정원의 월동과 봄맞이

하늘정원의 월동과 봄맞이 (2016.3~5월) 긴 겨울동안 노지와 온실 그리고 실내에서 월동한 식물들은 몇 주에 걸쳐 차례로 봄맞이를 한다. 보리수나무의 잎망울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매화의 꽃망울이 붉어질 무렵 온실의 거적과 비닐, 보온재를 벗겨내었다. 겨우내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제법 젖어있어 정원바닥에 골고루 널어 말렸다. 며칠 동안 말린 재료들은 종이박스에 차근차근 넣어 정리하였다. 어느 날 지인과 대화중에 운동이냐 노동이냐가 애매할 때는 돈을 내고 하느냐, 돈을 받고 하느냐로 구분하면 된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다. 그 기준에 의하면 나의 하늘정원 가꾸기는 운동도 노동도 아닌 것 같다. 취미 정도로 분류될 듯하다. 취미는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어 좋다. 월동자재 정리가..